백두산 아래 서울두배 면적 마그마 존재 밝혀져
북한과 영국, 중국, 미국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진은 15일(미국 동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서 백두산 천지 인근 60㎞ 안에 광대역 지진계를 설치, 지진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백두산 지하에 부분적 용융상태인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백두산 천지 5∼10㎞ 아래에 부분적 용융상태의 마그마가 있으며 그 면적이 서울시의 2배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다. 백두산 주변 지역의 지진과 화산 폭발 가능성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과학자들이 서방 연구진과 백두산 관련 공동연구를 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UCL) 제임스 해먼드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북한에서는 지진부와 평양 신기술경제 국제정보센터 과학자 7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에 참여한 서방 과학자들은 북한에 처음 광대역 지진계 6기를 반입해 천지 인근 60㎞ 안의 다양한 위치에 설치, 2013년 8월부터 1년간 발생한 지진파 자료를 수집해 백두산 지하 암석 구조를 분석했다.
지진파의 진행속도가 딱딱한 암석에서는 빠르고 용융상태 마그마에는 느리게 움직이는 현상을 이용했다. 지진파에는 P파(종파)와 S파(횡파)가 있고 진행속도는 P파가 S파보다 빠르다. 따라서 P파와 S파가 지진 발생지점(진원)에서 측정지점(지진계)에 도달하는 시간이 달라지고 P파/S파 비율(κ)을 분석하면 확산 과정에 어떤 암석을 거쳤는지 추정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천지에서 60㎞ 떨어진 곳은 지각 두께가 35㎞, κ값이 1.76∼1.79로 인근 한-중 지각과 차이가 없었으나 천지에서 20㎞ 이내에서 κ값이 1.9 이상으로 높아져 암석 구조에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백두산 천지 5∼10㎞ 아래에 부분적 용융상태의 마그마가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했으며 이 마그마 지대가 2002∼2005년 백두산 일대에서 발생한 빈번한 지진 등 불안정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마그마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천지 주변 지역 면적은 1천256㎢로 서울시(605㎢)의 2배가 넘는다. 해먼드 교수는 "북한 과학자들의 초청에 응해 연구하게 됐다, 이 프로젝트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많아 이를 분석해 논문을 더 쓸 것"이라며 "백두산에 대한 추가 공동연구를 위한 재원 확보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화산 지대 아래에 용융상태 암석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화산활동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백두산은 고려 정종 때인 서기 946년과 947년 두차례 대규모 폭발을 일으킨 뒤 휴지기 상태지만 2002∼2005년 지진활동이 활발해지는 등 활동 재개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이윤수 박사는 "백두산 아래 마그마의 존재는 1999년 이래 중국 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미 보고된 바 있어 이 논문이 새로운 결과는 아니지만, 연구자들의 자료나 해석이 질적으로 높고 논리적이며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논문의 의의는 북한 지질구조가 처음으로 국제(지구과학)학계에 공개됐다는 것"이라며 "북한 학자들이 국제학계에 등장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이어 "지질연은 현재 중국과 공동으로 지하에 마그마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백두산 인근을 시추해 마그마에서 올라오는 신호를 분석, 백두산의 활동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