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사찰파괴 피해 봉은사 이동…17일 일반에 공개
(광주=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일제의 사찰파괴를 피해 서울 봉은사로 옮겨졌던 남한산성 장경사(長慶寺) 범종인 동종(銅鐘)이 100여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16일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에 장경사는 오는 17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숙종 8년(1682년)에 제작된 동종을 일반인에 공개한다.
장경사는 조선시대 남한산성의 축성과 관리를 담당하던 10개 승군(僧軍) 사찰 중 하나로 인조 2년(1624년)에 창건됐다.
200여년 간 남한산성을 보호하던 사찰들은 1907년 일제가 군대해산령을 내리고 산성 내 사찰을 파괴, 무기를 거둬가는 과정에서 대부분 소실됐다.
장경사 동종은 이 시기에 일제의 손길을 피해 지금의 서울 강남 봉은사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설명했다.
동종은 높이 82.5cm, 하단 지름 53cm, 두께 6.2cm 규모로 종 본체에 용신(龍身)과 용꼬리가 나선형으로 감겨 있는 전통적인 조선후기 양식의 범종이다.
종 몸통에는 한국전쟁 당시 남은 것으로 추측되는 탄환 관통 흔적도 있다.
종에는 '강희 21년(청나라 연호), 조선 숙종 8년 3월에 경기 광주부 읍내 남한산성에 있는 장경사 종으로 중량 300근'이란 글귀와 100여명의 시주명단이 적혀 있어 제작시기와 당시 종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관계자는 "시주명단 대부분이 정2∼3품 조선 고위직인 것으로 보아 당시 정경사가 민간뿐만 아니라 조선 조정에서 관심을 많이 두고 있던 사찰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30여년의 역사를 품은 동종은 장경사 대웅전에 보관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6 14: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