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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경찰이 16일 전남 진도 해역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고 현장에서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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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선장 혼자 이미 탈출했다는 말 돌아
학생들, 별 일 없을 것으로 믿다 순식간에 '아비규환'
(안산=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전날 밤부터 낀 안개가 아직 남아있어 바깥 풍경이 아득하기만 했던 16일 오전 오전 8시30분께 제주도행 '세월호'.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전모(17)양을 포함해 모든 학생들은 수학여행의 부푼 꿈에 한껏 들떠 있었다.
매일 교과서에만 파뭍혀 지내다 처음 친구들과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하는 여행이라 학생들은 전날 밤 늦게까지 잠도 이루지 못했다.
전양이 4층 같은 방에 배정받은 반 친구들과 함께 복도를 왔다갔다 뛰어다니며 즐거워하던 찰나 배에는 갑자기 '이상이 생겼으니 구명조끼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전양과 대다수 학생은 곧바로 방안에 구비된 구명조끼를 꺼내입었지만 일부 친구들은 "별 일 있겠냐"며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몇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배가 뭔가에 부딪히듯 '쾅'소리가 났고 배는 직접 느껴질 정도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수 초만에 급격히 기우는 배 안에서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학생들이 우왕좌왕 하기 시작할 즈음 '구조 헬기가 위에 왔으니 헬기에 탑승할 사람은 갑판으로 나오라'는 방송이 연이어 나왔다.
학생들이 헬기에 탈까말까 망설이던 중 배에는 선장이 혼자 먼저 탈출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전양은 신발을 신을 틈도 없이 맨발로 갑판에 나가 공중의 헬기 사다리를 무작정 올랐다.
많은 여학생들이 공중의 사다리를 붙잡고 헬기에 올라타는 것이 무서워 배 안에 남아있었지만 전양은 당시 "살아야한다"는 마음뿐이었다.
전양에 따르면 몇몇 학생들은 당시 별 일이 없을 것으로 믿고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가 불과 몇분만에 급격히 기울어 물이 차오르자 아비규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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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전남 진도해역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해양경찰이 헬기를 이용해 승객을 구조하고 있다.
또 구명조끼를 입은 학생들은 당장 헬기를 타거나 바다에 뛰어드는 것보다 배 안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판단, 많은 수가 배에 남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헬기를 통해 단원고 학생 중 최초로 구조된 전양은 자신보다 먼저 도착해있는 선장을 목격했다.
무책임한 선장으로 인해 배에 갇힌 선생님과 친구들이 구조되지 못할 듯한 생각이 들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이 몰려왔다.
쉴 새 없이 눈물만 흘렸다.
안산 모 병원으로 옮겨져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전양은 현재까지도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떠올릴 때면 여태 잘 있다가도 수시로 눈물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이야기를 대신 전한 전양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는 살아돌아왔지만 아이의 담임선생님을 포함한 수많은 실종자들로 인해 가슴이 찢어질 듯 하다"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 꼭 전부 구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18 09:3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