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내심 갖고 주시"…대화 가능성은 남겨
대외적 상황 고려해 남북대화 나설 수도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기간 대북 발언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섬에 따라 남북관계에서 적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1일 박 대통령이 중국에서 한 대북 관련 발언을 "우리의 존엄과 체제를 심히 모독하는 도발적 망발"이라며 "정말 역겹기 그지없는 것", "허망하기 그지없는 개꿈" 등의 거친 표현으로 비난했다.
박 대통령이 칭화대(淸華大) 연설에서 한 북한의 경제·핵무력 병진노선 발언에 대해 "시비질"이라며 "우리의 존엄과 체제, 정책 노선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조평통은 지난달 27일 대변인 긴급성명에 이어 이날 문답에서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재차 거론, "이런 남조선 당국과 앞으로 신뢰성있는 대화를 과연 할 수 있겠는가"라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에 강한 의문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 '북핵 불용'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의 변화가 있어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방중 일정 마지막날 시안(西安) 지역의 우리 국민대표 150여명과한 오찬간담회에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북한의 핵보유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강조한 만큼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문답에서 "우리는 박근혜에 대해 지금 마지막 인내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대변인은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을 바란다면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을 비롯한 부질없는 공허한 놀음에 매달리지 말아야 하며 백해무익한 대결적 언동을 걷어치우고 민족적 입장에 돌아서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지만 남북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특히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도 직접적인 험구(險口)를 사용하지 않았고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우리 정부에 '민족적 입장으로 돌아서야 한다', '주시한다'고 밝힌 점을 주목해서 봐야 할 것 같다"며 "대화를 걷어찰 수도 없고, 나올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서 대화의 여지를 남기면서 원칙적 입장을 환기하는 차원의 문답이었던 것 같다"고 평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대북 행보가 못마땅하겠지만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나 대화 국면 조성을 위해서는 유관국들의 남북대화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정치·외교·경제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운데 중국 지도부의 대북 정책에 일련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중국이 요구하고 있는 남북대화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제임스 줌왈트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대행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청문회에서 "미국은 남북 관계의 부단한 개선을 지지하며 이것이 전제되지 않고는 북미 관계도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앞으로 현재의 '대화 국면 조성' 기조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긴밀한 연계하에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자신들이 처한 대외적 상황을 살펴가며 남북대화 등 관계 개선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1 10:0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