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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한국영화 리메이크? 절대 안 돼"

posted Jun 2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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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합작영화 '이별계약'으로 중국 박스오피스 1위..오기환 감독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중국에서 한국영화 리메이크요? 절대 (흥행이) 안 됩니다."

중국에서 한-중 합작영화 '이별계약'을 성공시키고 돌아온 오기환 감독은 이렇게 단언했다.

 

그는 애초 CJ E&M의 기획으로 자신의 전작 '선물'(2001년작, 이영애·이정재 주연)을 중국에서 리메이크하기로 하고 중국에 갔으나, 현지에서 계획을 완전히 뒤엎고 새 영화인 '이별계약'을 만들었다. 중국의 시나리오 작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중국 관객을 공략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썼다.

 

결과는 대성공. 지난 4월 중순 개봉한 이 영화는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이틀 만에 제작비 3천만 위안(한화 약 54억 원)을 회수하고 총 1억9천197만 위안(한화 약 360억 원)의 입장권 수입을 벌어들였다.

27일 종로구 누하동에서 만난 오 감독은 이번 작업의 성공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설명했다.

"작가 3명과 일을 했는데 첫 번째 작가와 작업하면서 중국이란 나라를 조금 이해하게 됐고 두 번째 작가와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토리를 이해하게 됐고 세 번째 작가와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알게 됐죠. 그만큼 시나리오 작업에만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어요. 한국에 돌아오니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물어오는 게 '한국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언어만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그는 한국인들이 중국을 '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실수라고 일축했다.

"한국사람들이 그동안 중국영화라고 생각하며 본 건 대부분 홍콩영화예요. 홍콩, 대만, 중국 사람들이 모여도 서로 말이 안 통하는데, 우리가 과연 중국을 얼마나 안다고 할 수 있을까요? 50여 종족이 모인 대륙이어서 중국인들 스스로 중국에 대해 잘 모른다고 얘기합니다. 그들은 평생 중국 대륙의 반도 못 본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죠. 저는 한국사람 중에 중국을 '안다'고 얘기하는 사람을 안 믿어요."

 

그 역시 이런 문화적 간극을 잘 모르고 중국에서 영화를 시작했다가 엄청나게 힘든 과정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처음엔 쉽게 생각하고 갔는데, 과정에서 정말 힘들었죠. '선물'을 리메이크하려고 보니 중국엔 (극중 이정재의 직업인) 개그맨이란 게 없어요. 만담 스타일만 존재하지 스탠딩 코미디가 없더군요. 영화 콘셉트 자체가 안 되는 거죠. 또 '선물'을 보고 중국 사람들은 주인공 남녀가 부부관계가 아니라 모자관계로 보인다고 말해요. 아내의 눈물겨운 뒷바라지 같은 걸 절대 이해 못 하는 거죠. 연인이든 부부든 남녀가 싸우면 한국에서는 여자가 우는데, 중국은 꼭 남자가 울어요. 여성들의 위상이 높아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한단 말도 안 해요. 이렇게 중국은 한국과는 많이 다르기에 시나리오를 완전히 새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별계약'은 오랫동안 사귄 두 남녀가 어느 날 5년간 이별하기로 약속하고 5년 만에 다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여자는 암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이별을 선언한 뒤 투병 끝에 완치가 된 줄 알고 5년 만에 남자 앞에 나타나는데,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것처럼 꾸며 여자의 질투심을 자극한다. 여자가 단념할 무렵 남자는 깜짝 프러포즈를 하지만, 서로 변치 않은 사랑을 확인한 순간 여자의 암이 재발한다.

 

이 영화는 고전적인 설정인 시한부 연인으로 시작해 슬픔을 예고하면서도 초반부에 두 남녀가 다시 만나 감정을 숨기고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발랄하고 코믹한 톤으로 그렸다. 암이 재발해 사랑을 가로막는 후반부는 최루성 신파극이지만, 중국에서는 이전에 이런 영화가 없어서 신선하게 다가갔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그동안 '우는 멜로'가 없었어요. 남녀 관계로 눈물을 쏟게 하는 영화는 처음이었다고들 하더군요. 중국에는 다양한 민족이 뒤섞여 있고 문화도 서로 달라서 13억 명을 관통하는 정서를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감정을 다루는 영화보다는 액션영화를 만들기가 훨씬 쉽고 60-70년대를 다룬 시대극이나 액션영화가 대부분이지, 사랑을 다룬 영화가 많지 않아요. 더군다나 슬픈 멜로는 거의 없었죠. 바이바이허(白百何. '이별계약' 주연 여배우)의 전작 '실연33일'이 크게 히트했는데, 한국으로 말하자면 그 영화가 '접속' 같은 영화로 보입니다. 멜로영화의 패러다임이 넘어가는 기점의 영화죠. 중국의 멜로는 한국에서 '접속' 이전의 영화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감독은 바이바이허가 톱스타로 떠오르기 시작하던 무렵에 '이별계약'에 캐스팅하고 남자 주연인 펑위옌(彭于晏) 역시 인기가 치솟기 직전에 캐스팅한 것이 영화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에서 톱스타로 꼽히는 배우들이 영화 한 편당 받는 출연료가 한국 1급 배우의 10배를 웃도는 상황에서 두 배우를 낮은 개런티에 캐스팅한 것은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가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바이바이허 정도면 지금 중국에서 최고 여배우예요. 캐스팅할 때가 딱 올라가기 직전이었고, 펑위옌도 마찬가지죠. 캐스팅이 기적이에요. 이 캐스팅이 안 됐으면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이 친구들이 영화의 취지를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된 거죠. 그들의 공이 절반은 합쳐진 것이지, 우리(한국 측)가 다 한 게 아니에요."

 

그는 한국 영화인들이 앞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함께 현지인들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일이 현지인들과 완전한 코-워크(co-work)가 돼야지, 한국식으로 70% 정도 하고 나머지를 맡기는 식으론 안 돼요. 그런 면에서 한국영화인들이 케이무비(K-movie)를 확산하려면 케이팝(K-pop)을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봅니다. 케이팝은 외국 작곡가를 쓰고 외국인들과 협력해서 이룬 거잖아요. 영화도 그런 식으로 외국인들과 자꾸 협업을 시도해야 합니다. 또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현지의 제작 방식을 잘 이해하고 따라야 해요. 여러 한국 감독들이 최근 중국에 가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는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축적하는 과정도 꼭 필요하고요."

'이별계약'은 지난 20일 한국에서도 개봉해 상영 중이다.

mina@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8 06: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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