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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부작용 논란>

posted Jun 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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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원에 예방접종 포스터가 붙어있다. <<연합뉴스DB>>

 

명칭·접종시기·효과·부작용 놓고 4중 논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일본에서 시작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부작용 논란이 국내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다.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접종 권장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해외 자궁경부암 백신 제조업체들은 안전하다며 국내에 미칠 파문을 최소화하려고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접종기피 현상마저 생길 조짐을 보이자 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 등 관련 의학회도 직접적 타격을 우려해 적극 방어에 나서고 있다.

 

두 학회는 근거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일본 내 부작용과 자궁경부암과의 인과관계를 규명할 수 없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백신을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 명칭 논란

 

먼저 이름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의료계 일각에서 나온다.

 

전 세계에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생산, 판매하는 곳은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MSD 등 두 곳이다. 두 회사는 각각 자사의 서바릭스(GSK)와 가다실(MSD)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이를 근거로 이들 제품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엄밀하게 얘기해서 이들 제품은 정확하게는 'HPV(Human papillomavirus;인유두종人乳頭種 바이러스)'백신이다. 이들 제품이 암을 직접 예방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때문이다.

 

 

암을 예방한다는 것과 바이러스를 막는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그런데도 이들 제약사가 언뜻 보면 과장 광고에 해당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과감하게 펼칠 수 있는 것은 자궁경부암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에서 연유한 측면이 크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발생 원인은 HPV이다. 여성은 주로 성적 접촉 과정에서 HPV에 감염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성경험이 있는 모든 여성은 HPV에 감염될 수 있고, 더 악화하면 자궁경부암에 걸릴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자궁경부암을 앓는 여성 대부분은 HPV에 감염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자궁경부암과 HPV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 탓에 이들 HPV 백신을 알기 쉽게 자궁경부암 백신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들 제품은 HPV와 비슷한 모양의 가짜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입해 지속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실제 HPV가 체내 침입했을 때 감염으로 질환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구실을 한다.

 

HPV를 인유두종 바이러스라 부르는 것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조직이 성장하는 모습이 유두(乳頭)처럼 생긴 데서 비롯됐다. 이 바이러스는 생식기나 항문 부위에 좁쌀 또는 사마귀 모양의 다발성 병변을 유발하는 게 특징이다.

 

◇ 가격 대비 효과 논란

 

문제는 가다실과 서바릭스가 모든 유형의 HPV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

 

지금까지 확인된 HPV 유형은 모두 100여 종. 이 중에서 15종은 발암성을 지니고 있어 자궁경부암이나 자궁경부 상피 이형증(자궁경부암 전 단계)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PV 16형과 18형 등 두 가지 유형은 전 세계적으로 자궁경부암 발생 원인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MSD의 가다실은 HPV 16형, 18형, 6형, 11형 등 4종의 바이러스 감염을, GSK의 서바릭스는 HPV 16형과 18형 등 2종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를 인정받았을 뿐이다.

 

한마디로 이들 백신은 100여 종이 넘는 모든 유형의 HPV 감염을 차단해 자궁경부암을 모두 예방할 수는 없다. 무려 30%에 달하는 효과의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라고 부르는 게 부적절한 이유이다.

 

게다가 백신접종 가격이 비싼 점도 논란거리다. 이 백신은 모두 3회에 걸쳐 접종해야 한다. 1회 접종에 드는 비용만 약 15만~18만원에 이른다. 총 접종비용이 50만원 안팎에 달한다. 몸값은 비싼데 자궁경부암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접종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백신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여기에다 허가 당시 임상시험에서 입증된 HPV 백신의 바이러스 감염 예방 최대 지속기간은 평균 6년에 그쳤던 점도 백신접종을 결심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다. 과연 비싼 돈을 주고 평생 예방을 보장 못 하는 HPV 백신을 사용해야 하는지는 결국 소비자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 접종시기 논란

 

HPV 백신 접종 시기도 시빗거리 중 하나다. 백신이라는 게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맞아야 가장 좋은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법.

 

이런 백신 특성을 고려할 때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HPV를 막으려면, 성생활을 하기 전에 HPV 백신을 접종받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나라마다 성 문화 성숙도와 경제적 여건, 사회적 상황 등이 다르다 보니 HPV 백신의 접종 권장 연령도 제각각이다.

 

국가별로 보면 오스트리아 9∼17세, 벨기에 10∼13세, 프랑스 14∼15세, 독일 11∼17세, 이탈리아 11∼12세, 노르웨이 10∼12세, 스페인 10∼14세, 영국 11∼13세, 스위스 10∼14세 등으로 접종 권장 연령에 차이가 난다.

 

일본은 지난해 5월부터 국가 필수예방접종 지원사업에 HPV 백신을 넣어 13~16세 여성에 대한 백신 접종을 지원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접종 시기를 두고 상반된 의견이 맞선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우리나라 여성이 보통 고등학교 때부터 첫 성 경험을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17살 무렵에 HPV 백신을 맞는게 적당하다고 본다.

 

반면, 소아청소년의사는 백신은 어릴 때 맞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더 어린 나이에 이 백신을 맞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부인종양학회는 15~17세를 최적의 접종시기로 권장하면서, 나아가 중년여성도 45세까지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 부작용 논란

HPV 백신도 다른 백신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에서 벗어나지 않긴 마찬가지다. 이번에 일본에서 부작용 논란이 촉발되긴 했지만, HPV 백신과 관련한 부작용 논란의 역사는 오래됐다.

 

지난 2007년 6월 미국에서 MSD의 가다실이 처음 선보인 이후 이 백신을 둘러싸고는 2008년 6월까지 1년간 총 9천749건의 이상반응 신고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에 들어왔다. 분석 결과 대부분(94%)은 가려움, 졸도 등 가벼운 것이었다. 하지만, 비록 백신과의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일부(6%)는 사망, 혈전 생성 등의 중대한 이상반응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년간 14건의 부작용 사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됐다. 일시마비 5건, 운동장애 5건, 떨림증상 2건, 목 경직 등 과다긴장 2건 등이었다.

 

아무튼, 전문가들은 HPV 백신이 모든 자궁경부암을 완벽하게 막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백신 접종과 아울러 정기적인 자궁경부 선별검사를 병행해서 받는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sh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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