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국회에서 표류 중인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는 대신 사실상 민생법안 등의 분리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야권을 우회 비판했다.당초 관심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과 세월호 유가족이 박 대통령이 유가족과 면담하는 등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면서, 이날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과연 관련된 언급을 할지에 모아졌다.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세월호법이라는 단어를 전혀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침묵은 "세월호법은 국회의 입법권에 해당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동안 야당은 세월호법 재합의안이 유가족 반대라는 벽에 부딪히자 박 대통령을 향해 "유가족을 만나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고, 청와대는 "세월호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은 아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아울러 세월호법 해법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법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황을 더욱 꼬이게만 할 뿐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새정치연합은 이날 새누리당과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재차 촉구했고, 새누리당은 이에 대한 거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야당은 대통령이 유족을 만나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야당도 세월호법 재합의안을 당론으로 타결시켜 줘야 한다"며 "현재의 모든 문제는 야당이 당론을 정하지 않아 생긴 혼란이고, 지금 상황에서는 청와대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세월호법에 관한 언급 대신 박 대통령은 의회 민주주의를 힘주어 강조하며 사실상 야권을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9월 국회는 민생법안을 처리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지금은 그 기회가 국회에 묶여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의회는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엄중한 책임이 있고, 의회 민주주의는 개인과 정당을 뛰어넘어 모든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경제활성화 법안과 민생법안, 국민안정과 관련된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줄 것을 정치권에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요청은 사실상 새정치민주연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새정치연합이 2차례에 걸친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를 뒤집고 이제는 세월호특별법 논의를 위한 여야 및 유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제안하며 민생법안 등의 분리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는 것이다.야당이 당내 강경론에 휩쓸려 세월호법을 각종 민생법안과 연계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시급한 법안처리를 압박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