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淨능력·의지 모두 상실한 검찰
대검 “입장 밝히는 게 부담”
[류재복 대기자]
김수창(52)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 사건과 그의 거짓 해명으로 인해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평검사는 물론 고위직 검사들의 잇단 성추문에 대한 검찰조직의 무성의한 대응은 국민들로 하여금 검찰의 도덕성은 물론 자정능력마저 의심하게 만들었다. 검찰 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모색해 본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사건 등 일련의 고위 검사들의 비위행위에 대해 대검찰청과 법무부가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검찰 조직의 자정능력에 대해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본질이 검사장의 음란행위보다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거짓해명에 있음에도 이를 개인의 '병적'문제로 덮고 가려는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검찰의 자체개혁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법무부와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사건을 경찰로부터 기소의견으로 이첩받았음에도 경찰 수사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한 김 전 지검장의 행위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대검 측과 논의한 후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아직 무엇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 지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도 "제주지검에서 수사를 시작해야하는 데 지금 공식 입장을 내놓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대검 내부에선 제주지검에서 김 전 지검장의 공연음란 혐의에 대한 수사결과를 공개하는 시점에서 대국민사과 등의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역시 실행될 지는 미지수다.가장 큰 문제는 고위직 검사들의 비위행위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검찰 내부 자정노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3일 음란행위로 경찰 체포된 직후 혐의를 부인하면서 동생의 주민등록번호까지 대며 신분을 숨겼다.
그는 지난 17일 서울 고검 기자실까지 직접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하다 경찰의 CCTV 분석내용 공개 후 혐의를 시인했다.채동욱 전 검찰총장 역시 혼외자 논란이 제기되자 이를 부인하다가 사표를 냈다. 감찰본부의 조사로 "혼외자가 맞다"는 결론이 났음에도 채 전 총장은 여태껏 묵묵부답이다.채 전 총장뿐만 아니라 다른 검사들의 성추문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조직은 어떤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는 고위직 검사들의 거짓말에 대해 내부에서도 개탄의 목소리가 높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들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들의 허위진술에 대해 사법방해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고위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거짓말을 하며 수사방해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참담해 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이번 사건을 포함해 일련의 고위검사들의 비위행위 사건에 대한 검찰 조직의 대응을 볼 때 셀프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폐쇄적인 조직문화에서 비롯되는 이 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검찰 감시 기구의 역할을 강화하고 비위행위에 대한 검사 징계를 높이는 등 외부에 의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