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창구로 전락한 국회 상임위
입건된 5명의원 모두 상임위 활동관련 뭉칫돈 받은 혐의
[류재복 대기자]
의정활동의 꽃인 국회 상임위원회가 검은돈으로 얼룩지고 있다. 상임위는 선량들이 민의를 받들어 국가 대사를 결정하고 이해집단의 충돌을 용해시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상징적 공간이다. 하지만 검찰의 철도비리·입법로비 수사 대상에 오른 의원 5명 모두 상임위 활동과 관련해 뭉칫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상임위가 사실상 로비 창구로 전락한 셈이다.
후원금 쪼개기 수법이 사법처리 대상에 올라 여야 의원 6명이 선고유예를 받았던 2011년 청목회 사건의 경우도 로비 연결고리는 상임위였다. 검찰에 따르면 철도부품 업체 삼표이앤씨 뇌물 1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조현룡(69) 의원은 2012년 총선 당선 이후 국토해양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조 의원은 2012년 10월 한국철도시설공단 국정감사에서 삼표이앤씨가 개발한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를 언급하면서 “개발된 국산 제품이 반드시 호남고속철도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압박성 질의를 했다. 삼표이앤씨 측은 그 다음달 조 의원에게 현금 3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의원은 지난해 4월 삼표이앤씨 사업에 도움을 주는 내용의 철도건설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법안은 같은 해 6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3주일 뒤 조 의원은 뇌물 3000만원을 추가로 건네받았다고 한다.검찰이 소환 통보한 같은 당 송광호(72) 의원은 2010∼2012년 국토해양위 위원장을 지냈다.
송 의원은 삼표이앤씨와 레일체결장치업체 AVT사 등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이 있다. 검찰은 부품업체들이 송 의원이 위원장이던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금품을 제공해 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입법 로비 의혹에 연루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 의원은 환경노동위 위원장으로 있던 지난해 9월 SAC 교명에서 ‘직업’을 빼고 ‘실용’이란 말을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김재윤(49) 의원은 신 의원과 김민성 SAC 이사장 등과 함께 사모임 ‘오봉회’를 만들어 교류했으며, 개정안 발의에도 참여했다. 김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 민주당 간사를 맡았다.신학용(62) 의원은 지난해 4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시절 사립유치원 경영에 유리한 법안 2건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5개월 뒤 열린 출판기념회 때 연합회 공금으로 3880만원을 냈으며, 검찰은 이 돈이 상임위원장 직무와 관련된 뇌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19일 “최근 큰 규모의 뇌물 관행을 보면 관급 이해관계자들이 국정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회 상임위원을 로비 타깃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우리 정치가 정당과 계파 보스 위주에서 국회 활동 중심으로 바뀌며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작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차떼기 사건’을 기점으로, 과거 정당을 대상으로 진행됐던 불법 정치자금 및 로비 루트가 국회 상임위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원인이야 어쨌든 국회 상임위 활동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의원들이 도덕적 기준을 스스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