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전반적인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능력을 악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김중수 총재가 금리인하 직후 주장한 바와 배치된다.
13일 한국은행과 통계청·금융감독원의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분석해 보면, 지난해 전체 소득 하위 20%(소득 1분위) 계층은 이번 금리인하로 연평균 1만6천원의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들의 저축액에서 나오는 이자수입 역시 연 2만7천원이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소득 1분위 계층은 금리인하로 1만1천원을 손해를 보게 된다. 금리변동에 따른 지출감소보다 소득감소가 더 많으니 부채상환능력은 나빠진다.
이는 이들의 저축액과 금융부채에 금리변동이 모두 반영된다는 가정하에 나온 숫자다. 전체 소득 1분위의 저축액은 평균 1천87만3천원, 금융부채는 631만8천원이다.
같은 식으로 소득 상위 20%(소득 5분위) 계층은 연간 22만원의 이자비용을 줄이고 37만5천원의 이자수입을 잃어 15만5천원이 손해다.
9일 한은 김중수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소득 분위별로 봤을 때 1분위에 있는 사람들의 가계부담 경감을 시키는 비중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계부담이 경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김 총재의 발언은 가계금융복지조사 수치에서 부채를 가진 가구만을 놓고 본 것"이라며 "1분위 계층에서 부채를 가진 사람은 4~5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채보유가구만 놓고 보면 1분위 계층의 저축액은 1천400만6천원, 금융부채는 1천964만6천원으로 뛴다.
이에 따라 이자소득은 3만5천원, 이자비용은 4만9천원씩 줄어 1만4천원이 이익이다. 5분위 계층은 8만9천원(27만1천원-36만원)을 손해본다.
결국, 금리인하는 부채가 많은 일부 저소득층에게는 유리하지만, 전체 저소득층에는 부정적 향을 끼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 경제연구기관 연구위원은 "한은이 금리인하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빚 없는 저소득층엔 상대적 불이익도 예상된다.
지난해 처분가능소득이 중위소득의 50%가 안 되는 저소득층 중 빚이 없는 가구는 총 255만7천가구다. 이중 51만3천가구는 처분가능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넘는 건실한 저소득층 가구로 추정된다. 금리인하로 재무상황이 나빠지는 대표적 계층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금리 인하가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주장과 개선시킨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악화론'은 금리인하로 물가가 오르면 현금보유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부가 고소득층으로 옮겨간다고 본다. 반면에 '개선론'은 금리인하가 부유한 저축자에게 손해지만 취약계층인 채무자에겐 유리해 불평등이 나아진다는 논리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3 06: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