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후 대통령, 與野 지지율 하락
[류재복 대기자]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침몰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인 새누리당뿐 아니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는 전례(前例) 드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정치 불신이 극도로 팽배하면서 정치권 전체에 대해 파산선고를 내리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통령과 여야 지지율 동반 하락
한국갤럽이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6%로 1주 전 조사의 48%에 비해 2%포인트 하락했다. 세월호 사고 이전인 4월 둘째 주 조사와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7~8일 전국 성인 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39%, 새정치민주연합 23%였다.
한 달 전 조사에 비해 새누리당은 44%에서 5%포인트 하락했고 새정치연합도 25%에서 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7일 발표된 매일경제신문과 메트릭스의 조사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서울 유권자 600명 대상의 이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월 중순 조사의 63.0%에서 53.7%로 1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새누리당은 41.6%에서 39.5%, 새정치연합도 33.5%에서 18.3%로 함께 하락했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중도 성향이 강한 40대에서 가장 많이 하락했다. 갤럽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40대는 한 달 전엔 '잘하고 있다'(61%)가 '잘못하고 있다'(28%)에 비해 배 이상이나 높았지만, 최근에는 '잘못하고 있다'(50%)가 '잘하고 있다'(38%)에 비해 더 높았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40대에서 같은 기간에 41%에서 30%로 추락했다. 야당 지지율은 강력한 지지 기반이던 20대에서 하락이 두드러졌다. 한 달 전 갤럽조사에서 20대의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34%였지만 최근엔 25%로 급락했다.
◇무당파 증가로 지방선거는 안갯속 판세
대통령과 여야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無黨)파만 늘어났다. 갤럽조사에서 무당파는 한 달 전엔 26%였지만, 이번 조사에서 33%로 7%포인트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책임을 면할 수 없는 대통령과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신뢰하지 못하면서 무당파로 많이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표심(票心)을 예측하기 어려운 중립지대의 무당파 증가는 6·4 지방선거의 판세도 안갯속으로 빠지게 하고 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40% 고정 지지층이 있지만 최근엔 이런 마지노선이 깨질 수도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한번 급락한 지지율은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민생을 챙기고 야당에 손을 내밀며 소통과 화합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초대형 사고로 인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에 의한 반사이익을 야당이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야당이 정권을 잡았어도 별로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란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며 "공천을 둘러싼 내부 불협화음과 여당을 향한 대안 없는 압박과 공세도 실점의 원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여권은 야권과 제로섬(zero-sum)이 아닌 윈윈할 수 있는 관계로 가야 하고, 야권은 이대로 가면 공멸(共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여권에 협조하는 상생(相生)의 리더십을 양쪽 모두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