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 선후배, 절친들 지방선거에서 대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으로 운명의 다툼 벌려
[류재복 대기자]
6·4 지방선거에서 맞붙을 여야 광역단체장 후보 대진표가 속속 확정되는 가운데 출마자들 간의 얽히고 설킨 인연이 관심을 끌고 있다. 우정을 나눈 동창끼리 대결을 벌이는가 하면 한때 정치적 동지로 뜻을 같이했다가 갈라진 후 이번에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경우도 있다.
부산시장을 놓고는 경남고 출신 선후배가 겨루게 됐다. 새누리당 후보인 서병수 의원은 무소속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4년 후배다. 동문 사이지만 치열한 선거판이라 봐주기란 없다.
서 의원 측은 지난달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개발의 배후에 서병수 의원이 있다'는 오 전 장관의 발언은 명백한 허위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오 전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구시장을 놓고 일합을 벌이게 된 새누리당 후보 권영진 전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은 한때 한솥밥을 먹었다. 두 사람은 2000년대 초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장 개혁파 모임인 '미래연대(미래를 위한 청년연대)' 멤버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03년 7월 이부영 전 의원 등과 함께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정치 행보를 달리하게 됐으며 이번에 대구시장 자리를 놓고 한 판 승부를 가려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대전·충청권에서도 각종 이색 매치가 눈길 끌어
대전시장을 놓고 맞붙은 새누리당 박성효 의원과 새정치연합 권선택 전 의원은 대전고·성균관대 1년 선후배 사이다. 박 의원이 선배지만 행정고시 합격 이후 공직 입문에서는 두 사람의 선후배 위치가 뒤바뀌었다.
박 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대전시장에 출마해 당시 현직이던 염홍철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2006년 지방선거 지원 유세 중 피습당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대전은요?"라는 병상 외마디 덕분에 판세가 급반전, 시장에 당선됐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권 전 의원은 17, 18대 총선 당시 6선에 도전하던 지역의 정치 거목인 현 강창희 국회의장을 잇달아 꺾으며 대전을 대표하는 차세대 지도자로 급부상했으나, 19대 총선에서는 강 의장에게 패배했다.
세종시장은 새누리당 소속 유한식 현 시장과 '노무현 정부'에서 세종시 건설 실무를 총괄했던 이춘희 전 건설교통부 차관의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2012년 4·11 총선과 함께 치러진 세종시장 초대 선거에서 자유선진당 소속이었던 유 시장이 41.7%를 얻어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이 전 차관을 누른 바 있다.
충북지사도 '50년 절친'인 새누리당 후보 윤진식 의원과 새정치연합 이시종 현 지사의 리턴매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충주 출신에 청주고 39회 동기이고 두 사람 모두 관료의 길을 거쳐 정치권에 입문한 점 등 공통점이 많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충주에서 처음 맞붙었을 때는 이 지사가 승리했다. 이후 2010년 이 지사가 충북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자 윤 의원이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충남지사에선 새누리당의 친박계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과 안희정 현 지사와 맞붙게 되면서 '친박 대 친노'의 상징적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