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자산 포함 가계 자산 8천336조원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가계 소득은 거북이걸음을 하는 가운데 빚은 늘면서 가계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거비, 사회보험 등 가계가 마음대로 조절하기 어려운 경직성 경비의 부담이 커져 사교육비 축소 등 가계 수지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처럼 분석했다.
◇가계의 경직성 지출 부담 커져
가계 지출에서 주거비, 교육비, 공적연금·사회보험 및 의료·보건비 등 가계가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경직성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26.4%에서 지난해 29.0%로 늘어났다.
주거비는 같은 기간 7.8%에서 8.2%로, 공적연금·사회보험 및 의료·보건비는 9.8%에서 12.1%로 각각 높아졌다. 지난해 주거비는 전세가격의 급등으로 늘었으며 공적연금·사회보험 및 의료·보건비는 고령화의 영향으로 계속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교육비 지출 비중은 정부의 유치원비 지원 확대, 대학 등록금 인상 제한 등으로 8.7%로 낮아졌다. 이런 추세는 최근 몇년간 이어져 작년에는 2003년과 동일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지난해 1인당 사교육비는 23만9천원으로 전년보다 3천원 정도 상승했다며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 비중이 줄어드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는 작년 말 현재 한국장학재단 대출(9조3천억원), 금융사 대출(19조1천억원) 등 28조4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3%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는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6.0%)의 두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규모도 작년 6월 전세자금대출이 60조원 안팎인 점에 비춰볼 때 결코 작지 않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 중 한국장학재단과 은행을 뺀 비은행 금융기관의 잔액 비중이 41.9%에 달해 이자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계의 교육비 부담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크다"고 지적했다.
최종 소비지출에서 교육비의 비중은 2012년 한국이 6.7%로 미국(2.4%), 영국(1.5%), 독일(1.0%), 프랑스(0.8%), 이탈리아(1.0%), 일본(2.1%) 등 주요 선진국의 3∼5배 수준이다.
◇민간소득 중 가계 몫 2000년 80.6%→2012년 72.8%
그러나 보고서는 가계 소득 증가세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소득에서 가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80.6%에서 2012년 72.8%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그 원인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질임금 상승이 정체된데다다 최근 취업자 증가도 임금이 낮은 일자리 중심으로 늘면서 근로소득이 가계의 소득 증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점을 우선 들었다.
지난해 취업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월 명목임금은 278만원(2013년말 5인 이상 사업장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평균(355만원)에 크게 못 미쳤다.
자영업자는 늘고 있지만 베이비부머의 진출로 인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영업자 평균 개인 소득은 2011년 3천512만원에서 2012년 3천472만원으로 줄었다.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에 대한 가계의 이용비중이 늘어난 가운데 저금리로 가계의 이자소득이 줄고 기업의 배당도 외국에 비해 적은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가계 대출 중 비은행 금융기관의 비중은 최근 50%에 달했다.
기업의 배당성향도 2003∼2012년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이 13.3%로 이탈리아(63.3%), 독일(42.1%), 일본(34.9%), 미국(32.1%) 등에 크게 못 미쳤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기업·노동 환경을 정비하고 저임금 일자리의 실질 소득이 개선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강화해 국민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해나가고 소규모 자영업자의 영업활동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작년말 가계 자산 8천336조원…자산 대비 부채비율 14.7%
작년 말 현재 가계가 보유한 전체 자산은 8천336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이는 통계청 주택총조사, 가계금융복지조사 등을 활용해 금융자산 뿐만 아니라 실물자산까지 합친 가계의 전체 자산 규모를 한은이 추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작년말 현재 가계의 실물자산(5천694조원)과 금융자산(2천642조원)은 가계부채(1천21조3천억원)의 각각 4.7배와 2.2배 수준으로 전체적으로는 재무 건전성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시장금리가 2%포인트 상승할 때의 충격을 점검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위험가구는 소득분위별로 1%포인트 안팎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위험가구는 현금흐름과 순자산이 동시에 마이너스인 가구를 의미한다.
그러나 2012년말 기준 순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한국이 20.2%로 미국(16.1%), 일본(14.5%), 영국(16.9%), 호주(19.9%)보다는 높고 캐나다(21.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특히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2012년 말 133.1% 2013년말 134.7%로 높아지는 등 최근 몇년간 계속 악화되는 추세다.
보고서는 "향후 금리 상승 때 저소득 계층의 채무부담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에 대비해 서민금융 지원프로그램을 지속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30 12: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