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국내 경기에 대해 지역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8.28 전월세 대책을 내놨지만 일부 지역의 전세가격 오름세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한은은 27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골든북) 가을호'에서 "10~11월 국내 경기가 전분기보다 소폭 상승했다"며 "회복 모멘텀(회복세)이 점차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회복 양상은 '서고동저(西高東低)'의 양상을 보인다고 했다. 수도권·충청권·호남권 등 한반도 서쪽 지역의 경기는 개선된 데 반해 강원권은 회복세가 주춤했고 동남권(부산·울산·경남)·대경권(대구·경북)은 경기가 부진했다는 것이다.
신 운 한은 조사국장은 "이는 지역별 산업분포가 다른데 따른 것"이라며 "지역별 경제 비중을 고려한 전체 경기는 전분기보다 좋아졌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10~11월 제조업 생산이 정보기술(IT)·자동차·조선업 등을 중심으로 모든 지역에서 3분기보다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수도권·충청권·제주권을 중심으로 소폭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수출은 강원·제주권을 제외한 모든 권역, 소비는 동남권·대경권 이외 나머지 지역에서 개선됐다고 밝혔다. 설비투자는 수도권·충청권에서 개선됐지만, 건설투자는 대부분 지역에서 감소한 것으로 평가했다.
고용은 양호한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물가는 1%대 수준을 밑도는 등 3분기보다 오름폭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신 국장은 "지역경제보고서는 지역 기업들의 주관적인 판단을 조사한 것"이라며 "앞으로 발표되는 4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와는 (방향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8.28 전월세 대책 이후 일부 지역에서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바뀌고 있지만 전세가격은 수도권·충청권·대경권 등에서는 오히려 상승폭이 커졌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원화 강세에 대해선 "호남권·대경권·강원권 수출업체의 가격경쟁력·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중국,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국의 성장세 약화가 석유·섬유산업 생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한은은 일부 대기업 부실의 여파로 금융기관이 수도권·충청권·호남권에서 대기업과 건설업에 대한 대출태도를 신중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10월 초 중국의 해외 단체관광 상품 가격이 올라 수도권·동남권·대경권·제주권 지역의 관광산업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의 골든북은 한은의 16개 지역본부가 해당 지역경제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는 분기 보고서다. 8월 창간해 이번이 2호째다. 전국 700여개 지역 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삼아 최근의 지역 경기 흐름을 담았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27 15:3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