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집행방해로 벌금형 확정…대법원 "예산 확보해 보완 노력"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시각장애가 있는 30대 남성이 대법원 청사 내 법원도서관에 장애인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았다며 항의하다가 재판에 넘겨져 전과자가 됐다.
최근 사법부가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인식 개선을 위해 애쓰던 중에 발생한 불상사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시설 보완을 서두르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유재광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약식기소됐다가 정식 재판을 받은 A(36)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시력이 상당히 나쁜 약시자(弱視者)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5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5층에서 "법원도서관에 시각장애인 지원 시스템이 안 돼 있다. 높은 사람을 만나야겠다. 책임자가 누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법관 집무실 등에 들어가려고 수차례 시도하다가 대법원 경비관리대 소속 방호원의 제지를 받자 오른손을 휘둘러 방호원의 목을 할퀴는 등 폭행한 혐의로 사법처리됐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A씨의 잘못된 행동은 처벌받아 마땅하고 옹호하기 어렵다"면서도 "애당초 도서관 시설이 잘 마련돼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공공 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전용 주차구역, 승강기, 화장실, 점자블록뿐 아니라 음성지원 시스템, 약시용 독서기, 점자 프린터 등을 설치하도록 권장된다.
실제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은 모두 이런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홈페이지에 이용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중앙도서관은 봉사자를 통한 대면 낭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법원도서관은 관련 장비가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홈페이지에 장애인을 위한 코너도 없다. 이는 최근 대법원이 장애인 사법지원 강화를 표방하는 행사를 벌여온 것과 배치되는 실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 장비를 설치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예산을 확보해 약시용 독서기, 점자 프린터 등을 설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음성지원 시스템의 경우 국내 법률 전문 도서관으로는 유일하게 민법주해 원문 파일을 제공하고 있다"며 "주요 법률 서적의 데이터베이스화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