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앞두고 '회식 다음날' 출근길 단속 강화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그냥 평소처럼 마셨고, 괜찮을 줄 알고 출근하느라 차 몰고 나왔죠."
22일 오전 5시 서울 강동구 암사동 김포 방향 올림픽대로 진입램프에서 벌어진 경찰의 출근길 음주단속에 적발된 시민들은 대부분 출근 핑계를 댔다.
이른 아침 '별 일 없겠지'하는 생각에 나섰다가 경찰을 마주하고는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음주 측정에서 면허정지 수치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농도 0.066%가 나온 강모(46)씨는 "운전기사로 일하는데 오전 6시까지 출근이라 일찍 나왔다"며 "보통 7∼8시간 자야 술이 깨는데 간밤에 5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고 말했다.
강씨는 "평소에도 술 마신 다음 날 일 때문에 일찍 나오는 경우가 잦아서 '큰일 나겠다' 싶었는데 결국 걸렸다"면서 "많이 후회된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화부터 버럭 내는 사람도 있었다. 김모(41)씨는 호흡 측정기 검사 전 담배부터 꺼내물고 절차를 설명하는 경찰에게 "술 먹은 것 맞고,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설명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역정을 냈다.
김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26%. 이날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 가운데 최고치였다.
호흡에서 알코올이 감지돼 차에서 내렸다가 정밀 측정에서 단속기준인 혈중 알코올농도 0.049% 이하로 측정돼 가슴을 쓸어내린 경우도 많았다.
동창회에서 지난밤 12시까지 술을 마셨다는 정모(30)씨는 혈중 알코올농도 0.026%가 나와 훈방조치 됐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음주 측정을 마친 정씨는 "면허정지 등을 당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자책했다.
간밤에 후배와 소주 4병을 나눠 마셨다가 0.039%가 나온 천모(50)씨는 "새벽 출근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나왔다"며 "일어났을 때 술이 덜 깬 기분이라 조마조마했다. 다시는 음주운전 안 하겠다"고 말했다.
단속을 시행한 서울 강동경찰서 교통안전계 하재영 경위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회식 자리가 많아지면서 숙취 상태에서 하는 새벽 음주운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야간에 술을 마신 후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선량한 운전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강동구 암사동을 비롯해 강서구 화곡동, 관악구 신림동 등에서 출근길 음주단속을 벌여 면허취소 6건, 정지 2건을 적발하고 13명을 훈방조치 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22 08: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