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180%, 인도네시아 165%…한국 보유액 증액 논란
(세종·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방현덕 기자 = 한국의 경제 여건을 고려한 외환보유액 수준이 최근 금융위기 조짐을 보이는 인도나 인도네시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종합하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3천297억달러로, IMF가 제시한 기준치의 130% 수준이다.
IMF는 단기외채와 외국인 증권·기타투자 잔액, 통화량(M2), 수출액 등을 반영, 국가별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치를 제시하고 이 기준치의 100∼150%를 적정 보유량으로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최근 몇년간 이 기준치의 130% 내외를 유지했다.
IMF가 집계한 주요 아시아 신흥국의 기준치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말레이시아는 2012년말, 나머지 나라는 2011년말 기준)은 인도네시아가 165%, 인도는 180%에 달했다. 이밖에 필리핀(344%), 태국(317%) 등 대부분이 한국보다 높았다. 말레이시아도 137%였다.
외환보유액의 절대규모는 한국이 인도나 인도네시아보다 앞서지만, 외국인 자본투자액, 단기외채, 교역량 등을 고려한 적정 기준 대비 보유액은 오히려 적은 것이다.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는 아직 국제적으로 완전히 합의된 기준은 없다. 현재로서는 IMF가 2011년에 정한 새 기준이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로 통용된다.
문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IMF 권고치 상한선보다 높은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만으로도 급격한 외화유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는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는 있지만 결국 국제기준을 웃도는 외환보유액이 있더라도 금융위기 노출을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례가 되고 있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국이고 재정건전성도 양호한 편이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현금인출기'라고 불릴 정도로 외국자금의 입출입이 많다. 게다가 북한 리스크도 있어 외환보유액이 IMF의 권고치 범위에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유동성 회수에 대비해 한국도 외환보유액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들어 힘을 얻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과 채권시장에 추가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3천억달러에 이른다"며 "외환보유액은 과거보다 많이 늘었지만, 외화유출에 대비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경고했다.
반면 단기외채 비중 하락과 외국인 투자자의 성격 변화 등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이 작아 현 외환보유액 수준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다. 이자손실만 한 해에 수조원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유지 비용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 안정기에는 유지비용을 이유로 보유액을 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위기가 고조되면 늘리라는 목소리가 커진다"며 "IMF는 물론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외환보유액이 적절하다고 평가하는 만큼 지금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6 08: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