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양양 오산리 유적 토기 압흔의 팥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식물고고학을 통한 선사 시대 농경화 연구'의 하나로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시행한 '양양 오산리 출토 토기 압흔(壓痕, 눌린 흔적) 조사'에서 농경과 관련된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시대의 팥 흔적을 발견하였다.
팥(학명: Vigna angularis)의 압흔은 신석기 조기(8000∼6500년 전)와 중기(5500∼4500년 전)에 각각 1점이 확인되었다. 팥 압흔의 크기는 각각 2.2㎜, 2.8㎜ 정도로 현재의 팥(4∼8㎜)보다는 작다. 팥 압흔이 확인된 토기 표면의 탄화유기물을 미국 베타연구소(Beta Analytic)에서 연대 측정한 결과 7314∼7189년 전으로 나왔다.
지금까지 한국, 중국, 일본에서 팥을 재배한 시기로는 5000년 전이 가장 이른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번 조사 결과로 인하여 2000년 더 이른 시기에 팥이 재배됐을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특히 신석기 조기부터 중기에 걸쳐 팥이 재배되는 과정에서 크기가 점차 커지는 재배화(栽培化, Domestication syndrome) 경향까지 확인되어 농경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 재배화: 야생식물이 인간의 개입으로 유전적 형질과 외형적 형태에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종으로 바뀌는 과정
이외에도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송전리에서 발견된 점토 덩어리에서는 신석기 중기에 해당하는 곤충의 압흔이 확인되었다. 농업 해충으로 알려진 노린재목(학명: Hemiptera)에 속하는 곤충으로 선사 시대 농경과 관련해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노린재목 곤충: 노린재, 장구애비, 매미 등이 속하는 곤충강의 한 목으로 노린재목의 곤충들은 뾰족한 주둥이를 갖고 있어 식물의 즙이나 동물의 체액을 빨아먹는 것이 특징
특히 곤충 압흔이 발견된 점토 덩어리와 함께 토기에서는 다량의 조, 기장, 들깨 압흔 등도 확인되었다. 이는 신석기 중기에 와서 조, 기장 등의 잡곡과 들깨까지 직접 재배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신석기 시대 식생활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정밀사진 확보를 위한 주사전자현미경(SEM) 촬영을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에서 시행하였다. 특히 식물과 곤충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오바타 히로키 교수(小畑弘己, 일본 구마모토대학교)와 이경아 교수(미국 오리건대학교), 이승환 교수(서울대학교), 이원훈 학예연구사(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련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다.
한편 이번에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양양 오산리와 송전리 유적은 지난 2006년 (재)예맥문화재연구원에 의해 발굴조사가 시행되었다. 발굴조사 결과 신석기 시대 조∼중기에 해당하는 주거지, 야외노지, 저습지 등이 확인되면서 중부 동해안 지역 신석기 시대 문화상 연구의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 곳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이러한 선사 시대 농경과 관련된 조사·연구를 지속하여 종합연구보고서와 고고식물자료집 등을 2015년에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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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표 기자 su1359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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