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을 무찌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 전쟁이 끝나고 나서 사라진 그는 비밀리에 지구방위군 '쉴드'를 위해 일한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아흔다섯 살. 아내는 이미 그의 곁을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젊음을 유지한다. 캡틴 아메리카가 되는 '슈퍼 솔져 프로그램'에 참여한 덕택에 늙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어느 날, 조직의 수뇌부 중 한 명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 국장이 습격을 받은 채 캡틴의 집에 와서 숨지자, 조직을 이끄는 알렉산더 피어스(로버트 레드포드) 사무총장은 캡틴을 암살자로 지목한다.
쫓기게 된 그는 동료 블랙 위도우(스칼릿 조핸슨)의 도움을 받으며 퓨리 국장의 사인을 추적하게 되고, 쉴드 내에 자라고 있던 나치 조직 히드라의 정체를 알게 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는 마블 코믹스의 만화 '캡틴 아메리카'를 토대로 한 두 번째 시리즈다. 51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친 전작 '퍼스트 어벤져'(2011)가 미국적 색채가 짙은 작품이었다면 후속편은 전작을 물들였던 애국주의의 색채를 대폭 빼고, 볼거리에 치중하는 한편, 캐릭터의 존재론적 고뇌를 입혔다. 그런 점에서 3년 전 나온 전작에 비해 국내 관객들에게 호감을 살 만한 요소가 다분하다.
특히 격투 장면이 돋보인다. 주짓수·가라테·복싱 등을 이용한 주먹과 발의 향연이 관객들의 시선을 끌 만하다. 이미 '어벤져스'(2012)에서 선보인 블랙 위도우 역의 스칼릿 조핸슨의 빠르고 부드러운 액션도 기대 이상이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처럼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캡틴을 도와주는 팔콘(앤서니 마키)의 활약도 흥미롭고, 캡틴 아메리카의 상대역으로 앞으로도 계속 등장하게 될 '윈터 솔져'의 파괴력도 무시무시해 후속편을 기대하게 한다.
그렇다고 영화가 빠르고 경쾌하기만 한 건 아니다. 인간은 모두 죽지만, 세월을 비켜가는 한 남자 캡틴의 상실감도 극을 휘감는다. 아내가 떠나고, 친구들도 사라지는 가운데 느끼는 캡틴의 인생무상이 어떤 쓸쓸한 정서를 건드린다.
다만, 두 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 다소 부담스럽다.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가 동력을 잃어가지만, 상대적으로 호흡은 느리기 때문이다. 후반부 액션장면도 새로울 것이 별로 없는데 과한 편이다.
'웰 컴 투 콜린우드'(2003) 등을 연출한 조 루소·앤서니 루소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3월26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36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4 17:2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