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예술의전당서 공연…"한국엔 30대 이하 관객도 많아 기운나요"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헝가리 태생의 영국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61)는 모범적이고 완벽한 연주로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로 불린다.
오는 25일 내한 공연을 앞두고 최근 이메일로 만난 그는 "'피아니스트들의 교과서'라는 수식어로 불리기에는 나는 너무 별나다"며 "나는 절대 그런 피아니스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그는 프란츠 리스트 아카데미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웠다.
세계적 권위의 리즈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하고서는 세계 곳곳에서 바흐의 주요 건반 작품 전곡 연주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쇼팽, 바르톡 등을 연주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들어선 그이지만 어린 시절은 생각외로 평범했다.
"외동아들로 태어나 활기가 넘쳐서 부모님이 피아노를 가르치셨어요. 절대음감을 타고났고 말보다 노래를 먼저 부르기 시작했으니 음악적 재능은 있었죠. 그러나 연주실력은 아이 수준이었고 다행히 신동도 아니었어요. 제 어린 시절은 아주 평범하고 행복했습니다."
평생을 함께할 피아노에 대한 애정은 12살이 돼서야 찾아왔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피아노 사랑은 한결같다.
"12살에서야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려면 (피아노에 대한) 헌신과 인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 나이였지요. 지금까지도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에 대한 사랑이고 그것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그때로부터 저는 먼 길을 왔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입니다. 위대한 작곡가들과 지금껏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운이었습니다."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음악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쉼없는 노력이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위대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구한다.
"계속 공부하고 배워야 합니다. 그런 작업에 끝이란 없지요. 저는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멘델스존, 쇼팽, 브람스, 바르톡, 야나체크 등 위대한 거장들의 곡을 더 깊이 파고들고 싶습니다. 드뷔시의 작품도 더 연구하고 싶고요."
네 번째로 한국 무대를 밟는 쉬프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곡가들인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멘델스존과 슈만의 작품으로 내한공연 프로그램을 꾸몄다.
다양한 변화와 기교가 필요한 멘델스존의 '엄격 변주곡'과 열정적인 3개 악장이 쉴 틈 없이 연주되는 '판타지', 슈만이 미래의 부인 클라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피아노 소나타 1번과 '교향악적 연습곡' 등을 들려준다.
"연주회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작곡가 한 명의 작품이나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는 작곡가 2명의 작품으로 꾸미거나 아니면 연관성이 있는 여러 작곡가의 작품으로 구성하기도 합니다. 제게 연주회는 여흥 거리가 아닌 학습경험입니다."
쉬프는 사회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2011년에는 동료 음악가들과 헝가리 정부의 집시 차별과 동성애 혐오, 반유대주의적 성향에 항의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헝가리 극우파의 표적이 됐다.
"예술가들에게는 불의와 사회·정치적 부조리에 항거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그런 문제들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벌써 한국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 가는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유럽과 북미에도 훌륭한 관객이 많지만 젊은 관객의 부재가 늘 아쉬웠어요. 한국은 상황이 굉장히 다릅니다. 관객이 많을 뿐만 아니라 30대 이하의 관객들도 상당히 많아서 정말 좋고 기운이 납니다."
▲ 안드라스 쉬프 피아노 리사이틀 = 25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관람료 5만~13만 원. ☎ 02-541-3184.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4 13:2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