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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연합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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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주최 'AI와 살처분' 포럼…"발병 아닌 확산 원인에 초점 맞춰야"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같은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무차별적 살처분은 과학을 명분으로 내세운 지극히 비과학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28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한 'AI와 살처분' 포럼에서 "복합적 판단 없이 과학적이란 명분으로 획일적으로 살처분하는 것은 과학주의에 근거한 지극히 비과학적 자세"라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현재 대량 살처분의 근저에는 생산성과 이윤 증대를 최우선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접근과 이른바 '예방적 살처분' 정책의 무분별한 적용이 있다"며 "반복되는 대량 살처분 사태는 단순히 법령 개선이나 정책만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병의 발생 자체는 생태계의 자연스런 모습이며 전염병의 유행과 창궐에 주목해야 한다"며 "발생 원인을 둘러싼 논란보다는 발생이 쉽게 일어나고 확산을 조장하는 요소에 대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생 원인 논란은 방역 당국의 책임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질병 발생과 확산을 막기 위한 대안 마련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AI 사태에서도 정부는 국제기구의 분석도 무시하면서 철새가 원인이라며 대책을 세웠지만 사실은 공장식 밀집사육 문제 등 실질적 요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현행 방역 체계와 관련해서도 "방역 정책 마련과 방역 조치 시행, 사후 검증을 모두 농수산식품부가 맡는 것은 선수가 심판까지 맡는 셈이어서 질병 원인 분석, 정책 수립, 방역대책 사후 평가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며 방역 실행 주체와 평가 기구의 분리를 촉구했다.
또 "공장식 밀집사육은 다국적 해외기업의 이윤과 로비와도 연결된 문제"라며 "생태사육이나 소규모 유기축산은 다국적 사료회사나 제약업체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공장식 축산은 기업 위주의 정책에 근거한 국가 지원을 쉽게 받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대량 살처분은 종합적 분석과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적절한 지점에서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 건강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환 없이는 지금 같은 대량 매몰 사태는 개선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28 14: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