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다 토모미 日 도야마대 교수 '이광수 장편소설 연구' 펴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춘원 이광수(1892~1950)의 문학을 서구의 진화론, 퇴화론의 맥락에서 해부한 연구서를 일본인 여성학자가 출간했다.
일본 도야마대학에서 한국어문화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인 와다 토모미(44)가 저술하고 번역까지 맡은 책의 제목은 '이광수 장편소설 연구'(예옥 펴냄).
와다 교수는 이 책에서 "기존의 이광수 연구는 일본과의 관계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하지만 일본과의 관계만을 따지는 것으로는 그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이광수는 10대 중반이었던 1905년부터 1910년까지, 그리고 20대 중반이던 1915년부터 1918년까지 두 차례 일본에 유학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 주목해 이광수를 일본 유학생으로서 일본적 논리를 구사하는 작가로만 보는 시각이 한국에서 적지 않다고 와다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이광수가 비록 일본 유학생으로서 일본에서의 문학적·철학적 논의의 맥락을 자세하게 이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에서의 논의를 수동적으로 직수입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와다 교수는 "이광수는 영어에 능숙했고 그래서 영어를 통해 방대한 독서경험을 쌓아 나갔다"면서 "그러한 작가를 일본과의 관련성이라는 협소한 틀 안에서만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뛰어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일본을 넘어서서 서구의 진화론이나 퇴화론 등 당대 세계 조류와 호흡하려 했던 그를 단순히 일본이라는 협소한 관계망 속에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1892년생이었던 이광수를 일본어가 체화된 식민지 문학인으로 보기에는 그 출생 연도가 너무 이르다고 와다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이광수 작품에서 '일본적인' 부분밖에 보지 못하는 것은 보는 쪽의 문제"라면서 "이광수 작품 중에서 일본의 사상적 동향 범위 내에서 독해할 수 있는 작품은 첫 장편소설 '무정'까지만이다"고 단언했다.
와다 교수는 "'무정' 발표 당시부터 이미 이광수에게는 미국이야말로 사상을 배우는 곳이며 일본 유학은 차선책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무정' 이후가 되면 이광수 작품에서 일본은 더더욱 희박해지고 구미의 과학 사상의 직접적인 영향이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책에서 이광수의 장편소설 '무정', '재생', '흙', '사랑'을 중심으로 그가 당대의 세계 사상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를 새롭게 분석해냈다.
도쿄외국어대에서 한국문학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친 와다 교수는 1990년대 중반에 서울에 와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와다 교수의 서울대 대학원 동문이기도 한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한국어 감각에 맞게 교정, 교열, 감수를 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21 07: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