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20대 포르노 배우 제인(드리 헤밍웨이)은 마약과 게임에 취해 사는 멍청한 친구 커플과 함께 산다.
방을 꾸미려고 벼룩시장을 돌다가 괴팍한 할머니 세이디(베세드카 존슨)에게 '환불은 절대 안 된다'는 경고를 듣고 산 보온병 안에서 오래된 100달러짜리 지폐 뭉치 여러 개를 발견한다.
손톱 손질을 하고 애완견 스타렛의 목줄도 새로 사고 얼마간 쇼핑을 즐긴 제인은 보온병을 들고 세이디를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를 당한다. 제인은 세이디가 다니는 마트로, 빙고 게임을 하는 교회로 따라다니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예쁜 포르노 배우와 혼자 사는 괴팍한 80대 노인의 우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배운 것도 가진 기술도 없어 먹고 살고자 아름다운 몸과 얼굴로 포르노 영화를 찍고 있을 뿐, 제인은 멍청한 친구들에게도 친절하고 어느 정도 똑똑하며 순수하다.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도 먼저 보낸 세이디는 다정하지도 지혜롭지도 않다. 오히려 화를 잘 내고 사람을 믿지 않으며 불만과 아집으로 가득 차 있다.
머릿속으로도 그려본 적 없는 관계의 이런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억지 없이 자연스럽고 놀랍게 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세상에는 이런 우정도 있다고, 이런 관계도 가능하다고 말하며 웃음 짓게 한다.
이런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의 면면도 새롭다.
제인을 연기한 드리 헤밍웨이는 이름에서 눈치 챌 수 있듯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증손녀이자 배우 마리엘 헤밍웨이의 딸이다.
놀라운 건 여든다섯이라는 나이에 처음 연기를 한 베세드카 존슨이다. 제작진은 세이디 역을 맡을 원로 배우를 찾는 데 실패하고 LA의 지역YMCA에 운동하러 갔다가 존슨을 찾아냈다.
'프린스 오브 브로드웨이', '테이크, 아웃' 등을 만든 미국의 독립 영화감독 션 베이커의 세 번째 작품이다.
2월 2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03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13 10:0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