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절단 이끌고 방한…"나는 비공식 주미 경제대사"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한국 정부로부터 임명받은 적은 없지만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 한국과 미국의 경제 교류 활성화를 위한 '비공식 대사'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최석호(69)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시 시장은 28일 14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지난 2008년 한인 최초로 직선 시장에 당선된 강석희 전 시장에 이어 지난해 시장에 뽑힌 최 시장은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번 방문은 성장하는 미국 도시인 어바인의 경제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고 앞으로 한국 경제인들과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30년 가까이 어바인시의 도시 개발을 도맡아 하는 어바인 컴퍼니, 파이브포인트 커뮤니티 등 어바인시의 비즈니스 리더, 어바인 상공회의소 관계자 등이 포함된 방문단은 강창희 국회의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예방했고 '우정의 도시'인 서울 서초구와 노원구 방문, 판교테크노밸리-유시티 견학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최 시장은 사절단과 함께 창덕궁 비원을 관람하며 사단법인 한국전통조경학회가 추진 중인 한국 정원 조성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학회는 내달 한국전 참전용사 빌 바버 대령을 기리기 위한 빌 바버 파크에 한국 정원을 조성하고자 내달 어바인 시의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예정이다.
최 시장은 모교인 경희대를 찾아 경희대 한방병원과 어바인시 UCI의과대학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어바인시는 주거 환경이 쾌적하고 교육 여건이 좋은 도시로 꼽힌다. 9년 연속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 선정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뽑히기도 했다.
최 시장은 경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미국 국무부가 파견하는 평화봉사단의 한국어 강사로 뽑혀 1968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4개월간의 한국어 교육 일정이 끝난 뒤 미국 본토로 건너간 그는 피츠버그 대학에서 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캘리포니아어바인대학(UCI) 교수로 재직했다.
1993년 학원 사업을 시작해 1998년부터 6년간 어바인시 교육위원을 지낸 뒤 시의원에 당선, 8년간 시의회에서 일했다.
어바인에는 1만8천여 명의 한인이 살고 있지만 유권자는 4천여 명으로 전체 12만여 명 가운데 3%를 겨우 넘는다. 그는 지난해 선거에서 6년간 어바인 시장을 지낸 래리 애그런(민주당) 후보를 2천500여 표 차로 따돌렸다.
"소수민족인데다 20대에 미국으로 건너와 별다른 연줄도 없던 제가 시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까닭은 제 일을 열심히 했기 때문입니다. 교육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대학교수를 지냈을 뿐만 아니라 아내가 학원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에게 이름도 알려져 있었죠. 그 덕에 교육위원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고 시의원을 거쳐 여기까지 왔습니다."
최 시장은 "처음 시의원에 도전할 때만 해도 한인 정치인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정치에 관심이 있는 한인이 많고 성과도 나고 있다"며 "한인이 정치를 통해 주류사회에 많이 진입할수록 한인들의 삶도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의 정치력 향상은 재외동포뿐 아니라 한국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제가 한국계가 아니었다면 왜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에 왔겠습니까. 왜 한국만 챙기느냐는 시기 어린 시선도 있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아무래도 한국에 마음이 가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해외 한인들의 삶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
신다면 큰 힘이 될 겁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31 15:1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