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간첩활동을 하다 배신한 아버지 탓에 연좌제에 걸려 여동생 혜인(김유정)과 함께 요덕수용소에 감금된 명훈(최승현).
동생을 구하려면 남한에 내려가 공작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장교 상철(조성하)의 제안을 받고 남한으로 내려온다.
막상 내려와 보니 남한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 입양돼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왕따가 만연한 현실과 친구들의 괴롭힘을 참으며 암살 등 예정된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과 같은 이름의 짝꿍 혜인(한예리)이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자 명훈은 불량학생들을 향해 다가간다.
'동창생'은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는 전형적인 원톱 주연 영화다. '아저씨'의 원빈,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등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주인공 최승현의 분량은 비슷하다.
'포화속으로'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에 출연한 보이 그룹 '빅뱅' 출신 최승현은 절도있는 액션과 흔들리는 눈빛을 이용해 꽤 난도 높은 명훈 역을 그럴 듯하게 소화했다. 그의 팬들이라면 반길만하다.
영화는 초중반까지는 빠르고 힘차게 뻗어나간다. 학원 폭력이라는 소재는 물리지만 억눌린 감정을 켜켜이 쌓아올려 한방에 터뜨리는 영화의 힘이 상당하다. 부당하게 당하는 명훈과 혜인의 사연 속에, 간간이 등장하는 명훈과 공작원들 간의 대결은 매끄러운 리듬감을 선사한다. 군더더기가 거의 없는 쾌속질주다. 특히 명훈이 불량배들을 물리치는 짧은 순간은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
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교와 함께 영화의 나머지 한 축을 차지하는 북조선 공작원들과의 대결은 조금 밋밋하고 속도감도 떨어진다. 좀 더 강한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지만, 동어 반복에 불과하다. 상영시간이 113분이지만 2시간을 훨씬 넘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총을 쏘아 정적을 살해한 완벽한 킬러가 정작 꼬리를 밟힐 수 있는 CCTV는 파괴하지 않는 등 영화의 전반적인 디테일도 아쉽다.
'영화는 영화다'(2008) '의형제'(2010) '고지전'(2011) 등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박홍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11월6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13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31 07: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