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만 기자]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정부광고 집행에 더 이상 ABC협회의 부수인증을 근거자료로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정부광고법)’ 개정안을 6월 16일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대신 ABC협회를 대체해 여론집중도조사 결과를 이용하도록 했다. 동시에 여론집중도조사를 지금보다 훨씬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안’도 함께 대표발의했다.
김의겸 의원은 “ABC협회의 부수공사는 최대한 사실에 부합되도록 엄격하게 실시되어야 하고, 신뢰도를 높여야 마땅함에도 ABC 부수공사가 조작된 사실이 밝혀지고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신문이 폐지로 수출되는 등 ABC 부수공사를 정부광고의 기준으로 삼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ABC 부수공사를 대신하여 신문법에 따라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여론집중도조사 결과를 정부광고 매체 선정에 활용하도록 하여 정부 광고 집행의 효과를 높이고 신뢰도를 제고하고자 한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은 또 “이참에 3년마다 한 번씩 공표하고 있는 여론집중도조사를 매년 실시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정부광고 집행은 물론 여론다양성 증진과 매체 균형발전, 미디어산업발전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세계 최하위 수준인 한국 언론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도 여론집중도조사 결과가 활용되도록 조사 내용 등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정부광고법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신문과 잡지에 정부광고를 할 때 “전년도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신고·검증·공개한 신문 및 잡지를 홍보매체로 우선 선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법 어디에도 ABC협회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신문과 잡지의 유가부수를 검증하는 기관이 ABC협회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광고의 근거자료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신문과 잡지 등 인쇄매체는 유가부수라도 근거하도록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만 방송과 인터넷의 경우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김의겸 의원은 “정부는 2010년부터 여론집중도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10년 이상 조사 경험이 축적되었고 신문 등 인쇄매체와 함께 방송, 인터넷매체까지 조사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매체합산 영향력도 조사하고 있다”며 “ABC협회의 엉터리 부수공사보다는 여론집중도조사를 훨씬 더 신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매체를 포괄할 수도 있다”고 개정안을 설명했다.
한편 여론집중도조사의 경우 현행 신문법에서는 ‘조사하여 공표할 수 있다’는 정도만 규정되어 있어 김의겸 의원의 개정안은 이를 한층 보완하고 강화했다. 우선 여론집중도조사를 매년 실시해 공표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신문법 시행령에 규정된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를 신문법에 따라 구성·운영하도록 법적지위를 격상시켰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안은 여론집중도조사를 할 때 조사대상 즉 언론매체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반드시 조사하도록 해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공하도록 했다. 또 ‘언론매체가 미디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조사하도록 해 미디어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여론집중도조사가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정부광고 매체 선정에 필요한 사항’과 ‘정부광고 효과’에 대해서도 조사하도록 해 한 해 1조원이 넘는 정부광고가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여론집중도조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자료를 언론사에 요청할 수 있게 했고, 만약 언론사가 요청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자료를 제출할 경우 정부광고 매체 선정에서 제외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신설했다. 여론집중도조사와 정부광고 집행의 실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장치를 함께 마련한 것이다.
김의겸 의원은 “ABC협회는 이미 존재의미를 상실하고 이름만 남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ABC 부수인증을 대신해 1조원의 정부광고를 집행할 법적근거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여론집중도조사를 지금보다 보완하고 강화한다면 정부광고 집행근거는 물론 언론이 여론과 미디어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훨씬 더 체계적인 데이터를 마련해 다양하고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