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발전소 2·3·4호기의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 임시 저장 시설이 2021년 11월이면 포화돼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해야 할 수 있다는 정부 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210만kW 규모의 월성 원전이 가동을 멈추게 되면 ‘대정전’이 우려되는 전력 수급 비상 단계까지 떨어지게 된다. 만일 월성 원전의 공백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신한다면 연간 1조원 이상의 추가 전력 생산 비용이 들 것으로 나타나, 전기요금 인상 등의 국민 피해도 예상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 따르면 “월성 본부는 2021년 11월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이 포화된다”며 “그 전에 추가로 저장 시설이 준공·운영되지 않으면 월성 원전의 가동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월성 원전 저장 시설의 포화율이 작년 말 기준 90.3%에 달하고, 특히 건식(乾式) 저장 시설의 포화율은 94.9%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은 2016년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월성 원전 부지 내에 건식 저장 시설 추가 건설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3년이 다 되도록 ‘심사 중’이다. 추가 저장 시설 건설이 시급하지만, 원안위 허가를 받더라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공론화를 통해 2016년 7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2028년까지 원전 외부에 영구처분 부지 선정, 2052년까지 영구처분 시설 건설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기존 공론화위가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며 로드맵을 무시하고 다시 공론화위를 구성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재검토준비단은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재검토 항목과 순서만 합의했고, 1월 출범한다던 재검토위는 인적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공론화위를 구성하더라도 월성 원전 내 추가 저장 시설 건설 기간 20개월을 포함해 최소 40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화 시점이 8개월이나 지난 2022년 7월에나 추가 저장 시설이 완공된다는 뜻이다.
탈원전 논란을 겪고 있는 대만에서도 원전 1호기가 저장시설이 포화돼 추가로 저장시설을 지었지만, 결국 허가가 나지 않아 가동이 중단됐다. 미국·영국 등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원전 외부에 중간 저장시설을 건설해 운영 중이고,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영구처분시설을 건설 중이다. 스웨덴·프랑스·스위스 등도 영구 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인·허가 작업이 진행 중이다.
월성 원전 2·3·4호기의 용량은 각각 70만kW로 총 설비 용량은 210만kW다. 역대 최대 전력 수요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 24일 예비 전력이 709만kW였던 점을 고려하면 월성 원전 3기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예비 전력은 499만kW로 떨어져 전력 수급 비상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월성 원전이 가동을 멈추면 결국 화석연료 발전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원전 발전 비용은 LNG에 비해 kWh당 72.3원 싸다. 이용률을 80%라고 가정할 때 월성 원전 3기를 LNG로 대체할 경우 연간 1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정유섭 의원은 “정부가 월성 원전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이 다가오는데도 차일피일 추가 건설을 미뤄 원전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도록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탈원전 고집으로 국가 재난과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닷컴 최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