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국회의장이 묻고 전문가 3,396명이 답하다
- 전문가는 대통령제, 일반국민은 혼합형 정부형태 선호
- 전문가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일반국민은 소선거구제 선호
- 정세균 국회의장실, 전문가 및 일반국민 설문결과 비교분석
정세균 국회의장실은 7월 20~31일 <국회 휴먼네트워크>에 등록된 각계각층 전문가 16,841명(응답자 3,396명, 응답률 20.2%)을 대상으로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국회의장실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7월 12~13일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전문가와 일반국민 견해가 상당부분 일치했으나 주요 분야에서 차이도 드러났다. 첫째, 전문가와 일반국민 모두 압도적으로 개헌에 찬성하고, 개헌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 될 것이라는 응답률도 매우 높다.
전문가와 일반국민의 개헌 찬성률은 각각 88.9%, 75.4%에 달하고, 개헌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률도 각각 84.4%, 72.8%에 이른다. 국회는 국민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개헌국민대표를 선발하고 원탁토론을 개최할 예정인데, 이에 참여하겠다는 응답률도 각각 69.3%, 51.1%로 높은 수준이다.
둘째, 전문가와 일반국민 모두 대통령 권한 분산에 동의하지만 선호하는 정부형태는 다르다. 전문가의 88.3%, 일반국민의 79.8%가 압도적으로 대통령 권한 분산에 찬성했다. 그런데 선호하는 정부형태의 경우, 전문가는 대통령제(48.1%)를 혼합형 정부형태(41.7%;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정부형태)보다 더 선호하는 반면, 일반국민은 혼합형 정부형태(46.0%)를 대통령제(38.2%)보다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대통령제 하에서 입법부ㆍ행정부ㆍ사법부의 권한 분산과 상호 견제를 선호하는 반면, 일반국민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공동으로 국정을 책임지고 협치 할 것을 주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문가는 권한분산을 더 중시하는 반면 일반국민은 정부형태 개편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의 56.1%는 “대통령 권한분산이 더 중요하다. 즉 대통령 권한 분산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부형태 개편은 무의미하다”고 답했고, 43.9%는 “정부형태 개편이 더 중요하다. 즉 정부형태 개편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대통령 권한 분산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일반국민의 경우, 정부형태 개편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57.8%)이 대통령 권한 분산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39.2%)보다 많았다.
셋째, 전문가와 일반국민 모두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구제 개편에 압도적으로 찬성하지만, 선호하는 선거제도는 다르다. 정당지지율과 의석점유율 간의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전문가의 74.8%, 일반국민의 67.9%가 찬성했다. 그런데 선호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경우, 전문가는 정당명부 비례대표제(40.2%)를 소선거구제(30.1%)보다 더 선호한 반면, 일반국민은 소선거구제(39.9%)를 정당명부 비례대표제(29.4%)보다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문가 중에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46.1%)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31.1%)보다 많은 반면, 일반국민 중에서는 지역구 확대(43.7%)가 비례대표 확대(20.6%)보다 많았다.
전문가는 정당지지율과 의석점유율 간의 비례성을 높이는 구체적 방안으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및 비례대표 비율 확대를 선호하는 반면, 일반국민은 비례성을 높이는 선거구제 개편에 상당수가 찬성(67.9%)함에도 불구하고 비례성 제고에 불리한 소선거구제 및 비례대표 축소를 선호하고 있다. 넷째, 헌법에 수도(首都) 규정을 신설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는 찬성하는 반면 일반국민은 찬반이 팽팽하다. 전문가의 64.9%는 수도 규정 신설에 찬성했고, 반대는 35.1%다. 반면 일반국민은 찬반이 각각 49.9%, 44.8%로 엇비슷하다.
다섯째, 5.18 민주화운동 기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에서는 전문가와 일반국민의 견해가 엇비슷했다.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추가 기술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의 68.6%, 일반국민의 67.4%가 찬성했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헌법에 규정하는 것에 대한 찬성률은 각각 70.1%, 72.0%였다. 기본권 강화에 대해 각각 95.1%, 93.9%가 찬성했고, 중앙정부 권한과 재원을 지방자치단체로 분산하는 것에 대한 찬성률도 각각 77.1%, 79.6%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편 국회의장실은 전문가만을 대상으로 몇 가지 문항을 추가 조사했다. 그 특징을 살펴보면, 여섯째, 전문가는 경제민주화 강화 및 토지공개념 도입 찬성도가 매우 높다. 경제민주화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69.2%)이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16.0%)이나 현행 유지 주장(14.8%)보다 압도적이고, 토지공개념 도입에 대해서도 찬성(68.5%)이 반대(31.5%)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일곱째, 전문가는 재정건전성 강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재정건전성 등의 재정원칙(61.5%)이나 구체적 재정준칙(21.9%)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도합 83.4%에 이르고, 예산법률주의(현행 정부예산안과 달리, 정부예산의 목적이나 구체적 집행계획, 집행기준 등을 법률 형태로 담는 것) 도입에도 82.0%가 찬성했다. 한편 정부의 증액동의권(국회가 예산을 증액할 때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제도)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53.4%)이증액동의권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46.6%)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회의 선심예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국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양원제)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의 63.6%가 반대했고 찬성률은 36.4%로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폐지에 대해서도 반대(63.0%)가 찬성(37.0%)보다 많았다. 대법원장 및 헌법재판소장 선출방법에 대해 인사추천위원회 추천(56.4%)이 가장 높고, 구성원 중에서 호선(22.9%), 현행 유지(20.6%; 대통령이 후보를 추천하고 국회 동의 후 대통령이 임명)가 뒤를 이었다. 공무원 등의 근로3권 제한규정(현행 헌법은 공무원 중에서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해 근로3권을 보장하고, 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 있음)에 대해서는 제한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45.5%)이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27.2%)보다 많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일반국민의 요구와 의견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국회 휴먼네트워크>를 활용해 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히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동시에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이끌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도서관이 운영하는 <국회 휴먼네트워크>는 국회의원 및 각 분야 전문가 정보를 상임위원회별·전문분야별·직업별로 검색할 수 있는 국회 맞춤형 전문가 데이터베이스다. 2017년 7월말 기준 20,080명(전ㆍ현직 국회의원 및 국회 소속 직원 제외 시 16,841명)의 소통채널이 구축되어 있으며, 세미나ㆍ간담회ㆍ공청회 개최를 위한 전문가 선정, 입법 및 정책평가를 위한 1:1 맞춤형 온라인 자문, 분야별 전문가의 입법ㆍ정책 아이디어 수렴에 활용되고 있다.
박통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