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사태, 공평과세.복지증세를 위한 전화위복 되어야
[최혜빈 기자/스포츠닷컴]
정부가 연말정산 분석 결과“2013년 세법개정에 따른 세부담 증감은 당초 추계와 유사하며, 당초 세법개정 취지와 같이 나타난다”는 총괄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소득세제는 비과세 공제제도가 많고, 규모도 커서 과세기반이 취약하고 소득재분배 효과가 미약하기 때문에 세액공제로의 전환을 통해 소득계층별 과세형평을 제고한다는 것이 2013년 소득세법 개정 취지였다.
이러한 정부의 평가는 일반적으로는 타당하다. 연말정산 분석 결과에 따르면 5500만원 이하 중하위층 소득자는 1인당 평균 3만 1천원의 세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5500~7000만원 중위소득자의 경우 1인당 평균 세부담이 3천원 증가해서 세부담이 거의 제자리인 반면, 7000만원 초과 상위소득자는 1인당 평균 109만원의 세부담이 늘어났다. 이처럼 고소득층의 세부담 증가를 통해 전체적으로 1조 1500원의 추가 세수가 늘어남으로써 계층간의 과세형평성이 강화되고 소득세 세입기반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가 5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 중“아주 일부 근로자만 예외적으로 세금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장담”(1월 20일 연말정산 관련 경제부총리 브리핑 中)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일부 근로자”가 205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연말정산 분석 결과 직전년도 500만명이 넘던 면세자가 384만명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서 세금부담이 늘어난 205만명의 절반이상은 기존에는 세금을 내지 않았던 면세자가 과세자로 바뀐 것으로 분석된다.
아주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금부담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해명을 들어왔던 국민들은 쉽게 용납하기 어려운 결과이고, 세무행정에 대한 국민불신을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해명과, 무엇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
정부는 연말정산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무엇때문이었는지를 직시하여야 한다. 이번 연말정산 분석 결과는 계층간 형평성과 과세기반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음을 분명히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계층간 형평성과 과세기반 확대가 왜 봉급생활자만을 타겟으로 하느냐', '왜 근로소득자의 유리지갑만 터느냐'는 것이 이번 연말정산 사태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다.
2008년 4.02%였던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작년 4.48%로 늘어났고, 이번 연말정산 결과 4.82%로 또다시 0.34%p 늘어났다. 하지만 최고세율이 3%p나 줄어든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8년 18.26%에서 2013년에는 14.68%로 3.58%p나 줄어들었다. 주식양도차익이나 이자 배당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면제하거나 저율의 세금만을 부과하고 있다. 수백조원의 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 수십 수백억원의 금융자산가에 대해서는 세금부담을 줄여주면서 유독 봉급생활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올리는 것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연말정산사태의 핵심이다.
조세형평성은 봉급생활자만의 형평성이 아니라 기업을 포함한 모든 소득자 전체의 형평성이어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이번 연말정산 정부대책은 일부 세금부담이 늘어난 일부 국민들만을 고려한 국면 전환용 '땜질식 처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연말정산 대책은 끝이 아니라 우리나라 조세체계 전반에서 공평과세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 연말정산 사태를 계기로 급여소득자로부터 시작된 조세형평성 논란이 금융소득자로, 기업으로 확대되고, 우리 사회 전반으로 조세정의와 공평과세를 뿌리내리기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혜빈 기자 chb05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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