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로 꼽힌 포수 강민호(28)가 역대 최고 대우로 롯데 자이언츠와 재계약하면서 신기원에 대한 선수들의 기대감과 몸값 인플레이션에 대한 구단의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강민호는 13일 롯데와 4년간 계약금 35억원, 연봉 10억원 등 총액 7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거포 심정수가 2005년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하면서 받은 역대 FA 최고액(4년 총액 60억원)을 강민호가 8년 만에 갈아치웠다.
롯데의 베팅은 여러모로 놀라운 액수다.
성적에 따른 옵션 하나 없이 순수하게 75억원을 보장한 사실이 가장 두드러진
다.
종전 최고 몸값 심정수와 역대 공동 2위인 이택근(넥센), 김주찬(KIA·이상 4년 50억원)도 각각 일정 성적 이상을 거뒀을 때 옵션을 보태 총액 규모를 늘렸다.
계약금 20억원, 연봉 7억 5천만원을 받은 심정수는 해마다 옵션 2억 5천만원을 조건으로 걸었다. 옵션 총액은 10억원이었다.
이택근도 옵션 6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7억원), 김주찬은 4억원(계약금 26억원, 연봉 5억원)을 계약서에 삽입했다.
그러나 강민호는 옵션 없이 75억원을 모두 챙겨 역대 FA 중 가장 많은 돈을 쓸어담게 됐다.
특히 35억원에 달하는 계약금 역시 지난해 홍성흔이 두산 베어스에 복귀하면서 받은 4년 총액 31억원을 훌쩍 넘는 사상 최고액이다.
강민호는 웬만한 FA 선수의 계약 총액 이상을 계약금으로만 받아내며 역대 최고액 신기록을 예약했다.
강민호가 FA 몸값 신기록을 세운 데에는 포수라는 특수성, 롯데의 팀 사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포수 난을 겪는 국내 실정에서 '국가대표 안방마님'이라는 수식어는 강민호의 몸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또 이대호(일본 오릭스), 김주찬, 홍성흔 등 '집토끼'를 잇달아 놓쳐 흥행과 성적에서 큰 피해를 본 롯데가 공수의 축인 강민호를 꼭 잡겠다고 필사의 의지를 보인 것도 몸값 75억원 시대 개막에 한 몫했다.
선수들에게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 것과 달리 구단들은 걱정하던 일이 마침내 벌어졌다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강민호가 내구성과 공수 실력을 갖춘 뛰어난 포수이나 FA 몸값 신기록을 수립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구단 사이에 엄연히 존재한다.
FA 몸값이 과거 성적에 대한 보상과 미래 활약에 대한 기대치를 모두 담고 있다고 하나 에이스나 4번 해결사가 아닌 6번 타자 강민호에게 너무 많은 돈을 준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강민호는 올해 타율 0.235, 홈런 11개, 57타점에 그쳐 올해 연봉(5억 5천만원)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강민호 효과'는 앞으로 장원삼, 정근우, 이용규, 박한이 등 FA를 선언한 다른 15명의 선수에게도 어떤 식으로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어서 계약을 준비 중인 각 구단에도 비상이 걸렸다.
2년 연속 10승을 거두며 삼성의 정규리그·한국시리즈 3연패에 큰 힘을 보태는 등 5시즌이나 두자릿수 승리를 거둔 좌완 장원삼은 역대 투수 최고액(박명환·4년 40억원)을 뛰어 넘는 새로운 기록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구단의 관계자는 "이렇게 몸값이 치솟다가는 야구단 문을 닫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고 푸념했다.
이런 볼멘소리에도 불구하고 구단이 몸값 과열 양상을 자초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해외에 진출했다가 복귀하는 선수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안겨주고, FA 쟁탈전에서 다른 구단을 따돌리고자 거액을 투자해 선수들의 눈높이를 지나치게
높여왔기 때문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3 16:3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