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과 일본프로야구의 뜨거운 구애를 받는 한국프로야구 최고 마무리 투수 오승환(31)이 이달 내로 거취 문제를 결판 짓는다.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의 사상 첫 정규리그·한국시리즈 3연패에 큰 힘을 보탠 오승환은 삼성 구단의 승낙을 받고 조만간 미국·일본 구단과 본격 접촉할 참이다.
시즌 후 8년차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승환은 국내에서는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으나 해외로 나가려면 삼성 구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신분이다.
삼성은 이적료를 챙기는 대신 오승환이 외국에서 기량을 맘껏 펼치도록 해외 진출을 허락하겠다고 내부 방침을 정했다.
오승환의 해외 진출을 돕는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는 4일 "오승환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이 미국과 일본을 합쳐 12개 구단 정도 있다"며 "이달 내로 오승환의 새 둥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가장 높은 응찰료를 써낸 구단과 30일간 독점 협상을 벌인다.
계약이 성사되면 메이저리그 구단의 응찰료는 삼성 구단에 돌아가는 이적료가 된다.
오승환이 일본 구단으로 가면 해당 구단이 삼성에 일정액의 이적료를 준다.
김 대표와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로서 뛸 수 있는 팀을 계약의 우선 조건으로 삼았다.
김 대표는 "오승환의 몸은 마무리 투수로서 최적화한 상태"라며 "미국과 일본 모두 소방수 구인난을 겪고 있어 조건을 따져보고 협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일부 구단에서 오승환을 마무리 투수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원하는 상황이나 오승환과 김 대표는 돈보다도 마무리로 뛸 수 있는 팀을 알아보겠다고 기본 원칙을 정했다.
종속이 살아 있는 오승환의 '돌 직구'는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시속 160㎞에 육박하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에는 뒤지나 시속 150㎞를 넘나드는 오승환의 돌 직구는 높은 회전력으로 포수 미트에 꽂히기 직전까지 꿈틀댈 정도로 종속이 좋다.
다만 한국 야구가 메이저리그에서 일본 야구보다 저평가받는 현실에서 오승환이 더 좋은 조건에 미국 무대를 밟으려면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고 미국으로 가는 게 낫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 포스팅시스템 최고 응찰료 1∼3위를 일본 투수들이 기록한데다 라쿠텐 골든 이글스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우완 다나카 마사히로의 포스팅시스템 응찰료만 최대 1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전망이 나오면서 일본 투수를 높게 치는 시각은 여전히 우세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김 대표는 "일본 구단과 계약한다면 훗날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모할 수 있도록 계약기간을 최대 2년으로 못박고 메이저리그에 직행한다면 3년 이상 다년 계약을 노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절친한 선배 임창용(37·시카고 컵스)의 선례가 오승환의 선택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04 10: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