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승리의 공을 박승리에게 돌리고 싶습니다."
프로농구 서울 SK 문경은 감독이 깜짝 선발로 나선 박승리를 대견스러워하며 한 말이다.
박승리는 3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 SK와 부산 KT 홈 경기에서 선발로 투입됐다. 앤서니 리처드슨, 아이라 클라크 등 KT 외국인 선수를 막는 게 박승리의 임무였다.
문 감독은 박승리가 팔이 길고 발이 빨라 수비에 장점이 있다며 수비 요원으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박승리는 이날 KT의 두 외국인 선수를 철저히 봉쇄했다. 리처드슨과 클라크는 박승리 수비에 막혀 각각 4점, 6점 올리는 데 그쳤다.
기대하지 않은 공격에서도 박승리가 활약해줬다.
SK 첫 공격에서 박승리는 3점포를 림에 꽂아 넣는 등 1쿼터에 6점을 기록했다.
애초 문 감독은 박승리에게 2∼3분간 뛰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공수 양면에서 보여준 활약 덕택에 박승리는 1쿼터 7분 넘게 뛰었고 이날 32분여를 뛰어 팀의 60-51 승리에 힘을 거들었다.
박승리가 올 시즌 7경기에서 평균 8분38초를 뛴 점을 고려하면 출전 시간이 4배나 되는 셈이다.
첫 선발 출전에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은 박승리는 "내게 큰 의미가 있는 경기"라며 흡족해했다.
박승리는 "경기 전 감독님이 자신있게 수비만 하라고 했다"며 "이날 경기 덕분에 자신감이 생겨 앞으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승리가 코트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누비는 모습을 당분간은 많이 볼 수 없을 듯하다.
문 감독은 박승리의 기용을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성장하는 선수에게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 감독은 "이날 잘했다고 다음 경기에서 박승리를 출전시킬 생각은 없다"며 "박승리의 능력에 맞게 한 걸음 한 걸음 투입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포워드 박상오가 부상이 길어지면 박승리의 출전 시간은 다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오는 이날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쳐 상태를 점검해봐야 한다.
문 감독은 "박상오가 부상이 길어지면 박승리의 출전 시간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절대 한꺼번에 박승리의 출전 시간을 늘릴 생각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01 08:2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