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확실한 원톱 스트라이커 자원이 부족한 축구 대표팀이 박주영(아스널)의 복귀 때까지 '구자철 시프트'를 앞세워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지난 6월 출항한 홍명보호(號)는 동아시안컵(2무1패)과 페루 평가전(0-0무)을 통해 4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하다가 6일 아이티를 상대로 4-1 대승을 가두고 마수걸이 승리를 챙겼다.
유럽파 선수들이 빠진 가운데 치러진 4차례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한 한국은 유럽파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기분 좋은 승리를 맛봤다.
비록 상대가 약체이고 주심의 판정도 한국에 유리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오랜만에 터진 다득점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다득점 상황도 홍명보 감독을 만족할 수는 없었다. 유럽파 선수들까지 대표팀에 합류시켰지만 아직 '베스트 11'의 퍼즐이 완성되지 않아서다. 채워지지 않은 퍼즐 조각은 바로 원톱 스트라이커다.
홍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로 발탁한 박주영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활용해 동메달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미 박주영은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축구천재'라는 수식어 속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원톱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주목을 받았고, A매치 61경기에서 23골을 터트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골잡이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박주영은 2012-201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 비고 임대 시절부터 출전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임대를 끝내고 아스널에 복귀했지만 출전 기회가 전혀 없는 '유령 선수' 신세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은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발탁하지 않는다'고 못박은 선수 선발 기준에 따라 박주영을 소집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박주영에 대한 홍 감독의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개인기와 스피드, 결정력의 3박자를 갖춘 박주영을 대체할 스트라이커 자원이 없는 만큼 박주영이 하루빨리 새로운 소속팀을 찾도록 응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 감독은 지난 다섯 차례 A매치 경기에 박주영을 대체할 스트라이커 자원의 시험에 나섰지만 김동섭(성남)과 서동현(제주) 등 국내파 선수들의 활약은 미진했다.
홍명보 감독으로선 확실한 원톱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황을 포지션 파괴를 통해 극복하고 있고, 그 중심에 구자철이 있다.
홍 감독은 아이티전과 크로아티아전으로 이어지는 A매치 2연전에 나설 태극전사를 발탁하면서 구자철을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선발했다.
U-20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함께 치르면서 구자철의 공격적 재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홍 감독은 박주영의 공백을 대체할 카드 중 하나로 구자철을 선택한 것이다. 말 그대로 '구자철 시프트'의 가동을 예고한 것이다.
구자철은 아이티전에서 전반에 벤치를 지키다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다가 경기 후반에는 원톱 스트라이커 자리로 이동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홍 감독은 10일 예정된 크로아티아전에선 구자철에게 새로운 임무 부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번에는 소속팀에서 뛰는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의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
김보경(카디프시티)이 소속팀에서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고 있어 김보경과 구자철의 포지션이 겹친다고 판단한 홍 감독은 구자철에게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기고 김보경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을 그리고 있다.
결국 홍 감독은 원톱 스트라이커, 섀도 스트라이커,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구자철에게 다양한 포지션을 맡기는 '구자철 시프트'를 통해 대표팀의 고민거리인 '원톱 스트라이커 부재'의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이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현대 축구가 압박이 강해지면서 원톱 스트라이커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박주영이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 경기력을 갖출 때까지 홍 감독의 다양한 전술 실험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09 16:2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