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좌파난동꾼들 연행, 행정대집행 <제2의 제주 4.3사태 될뻔>
국방부가 31일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군관사 공사장 출입구에 설치된 농성 천막 강제 철거에 나서면서 해군측과 이를 저지하는 제주주민· 좌파활동가 간에 심한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자가 속출했고 좌파 난동활동가 등 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7시 30분께 경찰 병력 800여명 등 1천여명을 투입, 서귀포시 강정동 해군기지 군 관사 출입구에 설치된 좌파농성 천막과 24인승 소형버스 등 시설물에 대한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 좌파난동 단체들이 지난해 10월 25일 농성 천막에서 공사 저지 투쟁을 벌인 지 99일 만이다. 행정대집행에 나선 군 관계자는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군 관사 건설현장 앞에 공사 방해를 위해 무단 설치된 불법천막 및 차량 등을 철거하려 한다"며 대집행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철거가 시작되자 강정마을 주민과 좌익난동 활동가 등 100여명은 경찰·해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들은 전날 밤부터 천막주위에 나무 벽을 쌓아 올렸고 옆에 8m 높이의 망루를 만들어 행정 대집행을 막기 위한 준비를 했다.
고공농성
철거가 시작되자 좌파자치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10명은 망루 꼭대기에 올라 쇠사슬을 몸에 묶어 강하게 저항했다. 이들주민과 좌파난동 활동가 수십명은 나무벽을 바리케이드 삼아 농성 천막과 망루 주변을 둘러 앉아 팔짱을 낀 상태로 행정대집행에 맞섰다. 해군측이 농성자들을 한 명씩 끌어내고 나무벽과 철조망을 걷어내며 진입하는 과정에서 양측 간에 몸싸움과 말다툼이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은 부상자가 나오면서 재개와 중단을 반복했고 오후까지 이어졌다.
이날 오후 행정대집행을 재개한 이후 본격적으로 투입된 경찰은 2시 30분께 농성 천막 주변에 둘러싼 좌익 난동 활동가들을 끌어냈고 이후 1시간 만에 천막을 모두 철거했다. 이어 경찰과 해군은 함께 망루와 버스에 대한 철거작업에 돌입, 망루에 올라가 있는 10명의 난동꾼들 중 3명을 끌어내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 내려오도록 설득했으나 주민 2명과 난동꾼들이 다시 망루 위로 올라가 대치 상황이 계속됐다.
그러나 오후 7시 45분께 또 천주교 사제가 개입했다. 강우일 천주교제주교구장이 군 관사 앞에 도착, 주민과 좌파 난동꾼들을 설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강 주교는 망루에 올라가 조경철 좌익자치 마을회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강월진 서귀포경찰서장과 1시간 가까이 면담하고, 이날 연행된 15명에 대해 예외 없이 석방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이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자 강 주교는 다시 망루에 올라 강정마을회장 등을 설득, 망루에서 내려오도록 해 14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치 상황이 오후 9시께 모두 마무리됐다. 국방부의 강제철거에 항의해 이날 망루 위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조 회장 등 9명을 포함해 강정마을 주민과 좌파 활동가 등 모두 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해군은 행정대집행과 별도로 반대측이 막고 있는 출입구 주변부의 펜스를 도로와 맞닿는 선까지 넓히는 작업을 벌여 더이상 공사장 주변에 농성 천막 등 시설물을 설치하지 못하게 했다. 이어 출입구를 개방, 포크레인과 트럭 등 중장비를 들여보내 바로 군 관사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해군은 이번 대집행에 대해 "작전필수요원과 가족이 거주할 최소한의 군 관사를 올해 12월 해군기지 완공시점에 맞춰 건립할 수 있도록 행정대집행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군 관사 건립에 찬성했던 다수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가 제주도민에게 약속한 국책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일본 출장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뒤 곧바로 도청 집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진행상황을 보고 받았다. 원 지사는 군 관사 농성 천막에 대한 강제철거에 대해 "그간 군 관사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대집행이 시행돼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군은 지난해 10월 14일 강정마을 9천407㎡ 부지에 전체면적 6천458㎡, 72가구(지상 4층·5개동) 규모의 군 관사 건립 공사를 시작했다. 관사는 애초 616가구 규모로 지을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발과 토지 매입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이를 72가구로 축소했다.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 좌익단체들은 해군이 군 관사 건립 공사를 시작하자 바로 공사장 출입구에 농성천막을 설치, 공사저지 투쟁을 벌였다.
해군은 지난 27일 강정마을회에 국방부 장관 명의의 제5차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 29일까지 공사장 출입구의 농성 천막과 차량 등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라고 경고했다. 이어 30일 오전 행정대집행 영장을 전달했고 대집행 비용 8천976만원(추산액)도 강정마을회에 납부토록 했다. 해군은 앞서 지난달 10일과 21일, 27일, 이달 7일 등 모두 4차례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마을회에 전달했으며 지난 20일에는 23일 대집행하겠다는 영장을 전달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