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으로 가격당하려 가는 어린이집--인천 부평 어린이집, 또 아동학대-줄줄이 드러나기 시작
100Kg에 가까운 몸으로 뇌가 한참 형성중인 유아를 백스윙으로 귀싸대기 친 폭력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색칠공부를 못한다고 주먹으로 아동의 얼굴을 가격한 사건이 드러났다.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부평구의 한 어린이집에서도 아동학대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돼 네티즌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18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부개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원생을 심하게 다루는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현재 경찰은 어린이집 수사에 나선 상태다.
경찰은 해당 어린이집에서 지난해 12월16일부터 최근까지 촬영된 CCTV 영상을 확보했다.영상은 끔찍했다. 가해교사로 지목된 김모(25·여)씨가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원생의 머리 등을 때리고 밀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김씨에게 학대당한 원생은 9~10명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CCTV 속 녹화된 자신의 행동을 모두 인정했다. 경찰은 피해 원생 학부모들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하는 한편 김씨를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분석과 학부모 진술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확대 수사로 더 드러난 혐의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들 “뿔났다, 내아이 학대 더 이상 방치 안돼”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인천지역 부모들이 18일 학대근절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인천 송도 주민의 정보공유 인터넷 카페인 '송도국제도시맘' 회원들은 이날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입구에서 아동 폭력·학대 추방과 보육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모임을 가졌다. 집회에는 송도국제도시맘 회원뿐만 아니라 인천 전역 부모와 자녀 등 200여명이 모였다. 집회 참가자 가운데는 송도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있었다.
이들은 집회에서 ▲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 심사 강화 ▲ 보육교사 열악한 처우 개선 ▲ 전국 모든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와 영상 보존 기간 법제화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아동학대 NO', '때리지 마세요', '사랑으로 안아주세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참가자 김모 씨는 "내 아이는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폭행 사건 이후 아이를 어린이집에 두고 출근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어린이집 폭행이라는 말을 지우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자발적 시민 모임 '하늘소풍'은 이날 집회장소 인근에서 아동학대 처벌 강화와 의식 개선을 위한 서명 운동을 벌였다. 이 단체는 전날까지 3천명의 지지 서명을 받았다. 오는 19∼20일에도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영유아 폭력사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주제로 인천지역 부모들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보육의 질 높일 대안은 없는가?
어린이집과 관련된 각종 문제의 해결책으로 ‘육아 공동체’ 구성을 꼽는 이들도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대신 5, 6명의 엄마가 각자 자기의 아이를 데리고 와서 함께 돌보는 모임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상보육 실시를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여건에 있는 사람들은 직접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아이를 집에서 직접 돌볼 수 있는 여건에 있는 엄마들부터 ‘내 아이는 내가 기른다’는 인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영유아들에게 엄마만큼 훌륭한 교사도 없다”고 말했다. 육아 공동체는 엄마들이 각자 관심 혹은 재능이 있는 분야의 교육 활동을 담당하는 교사 역할을 하고, 식사와 간식 등도 직접 마련한다. 엄마들이 공동으로 지도를 하는 만큼 폭행이나 먹거리 관련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서울 은평구의 지역 내 육아 공동체들을 위한 공간인 한빛마을센터 김미희 대표는 “엄마와 아이가 같은 공간에서 모든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항상 안심할 수 있다는 게 육아 공동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엄마가 육아에 전념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간관계 단절’ 같은 상황도 예방할 수 있다.
육아 공동체 활동이 불가능한 ‘맞벌이 부부’들은 협동조합형 어린이집도 고민해 볼 수 있다. 10∼20개 가정이 공동 출자해 어린이집을 구성하고 교사와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선 30여 개의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이 운영 중이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12월 말 기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해야 하는 기업과 기관은 총 1074개. 이 가운데 직접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과 기관은 534개(49.7%·일부는 복수의 어린이집 설치)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보육수당 지급이나 인근 지역에 위탁보육을 하는 곳은 각각 242개(22.5%)와 101개(9.4%)다.
197개(18.3%) 기업과 기관은 △설치 △보육수당 지급 △위탁보육 제공 중 어느 것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 이들 중에는 유명 금융사와 대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재정적 여건이 되는 기업과 기관들도 직장 어린이집 설치와 관련된 사항들을 이행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현재로서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의무 미이행 사업장 명단 공표’ 외에는 특별한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보육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어린이집 교육의 질을 개선하려면 재정이 풍부한 기업들이 앞장서서 직장 어린이집을 직접 설치·운영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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