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오랜만에 "짹짹"
<정치특집>
15일 오전 10시. 새정치민주연합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가 일괄 발송됐다. 발신처는 다름 아닌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의원실. 앞으로 한 시간 뒤 기자간담회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안 전 대표의 갑작스런 기자간담회에 기자들은 물론 당 안팎에서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난 7·30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직에서 사퇴한 이후 처음 갖는 자리이기도 하거니와 이날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첫 회의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안철수 신당과 구민주당의 합당 당시 약속한 ‘5대5 정신’을 강조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쏟아졌다. 조강특위는 19대 총선 후보가 될 수 있는 지역위원장을 선정하는 기구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전국 246개 지역위원장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당 안팎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조강특위 측근 배제·전당대회 불출마, 왜?
하지만 안 전 대표의 관심사는 달랐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저와 당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였다. 안 전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득권 내려놓기’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비상대책위원회 참여는 물론 당의 배려 차원에서 임명된 ‘측근’ 송호창 의원의 조강특위 참여를 물리쳤다. “현 시점에서 당무를 맡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안 전 대표는 “저는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를 사퇴했고, 그래서 비대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지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혁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안 전 대표는 “제가 지금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헌신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의원의 사퇴로 사실상 조강특위에는 안철수계가 빠지게 됐다. 뿐만 아니다. 안 전 대표는 내년 1월에 예정된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 세력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진 안 전 대표는 세력 확장을 꾀할 수 있는 기회와 대권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당권까지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우려하는 ‘탈당’은 아니다. 안 전 대표는 ‘탈당하겠다는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창업자 중 한 사람 아니냐”며 일축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당과 거리를 두려는 게 아니고 오히려 당 전체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찾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득권 내려놓기 “함께해온 분들께 죄송”
안 전 대표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이후 그의 발언을 둘러싼 당내 셈법은 복잡해졌다. 당장 송 의원의 조강특위 참여 번복에 대한 뒷말이 나왔다. 앞서 안 전 대표는 “(당에서) 조강특위 위원 선정에 대해 저한테 물어본 적이 없다”면서 “만약에 상의를 했더라면 ‘저희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텐데, 저와 상관없이 진행되다 보니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조강특위 구성에 관여한 당 지도부 측 관계자들은 “안 전 대표와 직접 상의했다”며 반박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졌다.
아울러 당내에선 안 전 대표가 주창하는 ‘새정치’의 2막이 올랐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당내 고질병으로 불리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합당 당시 강조한 ‘기득권 내려놓기’를 손수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 것. 송 의원이 직접 조강특위 불참 의사를 밝혀도 될 일을 안 전 대표가 굳이 기자들 앞에서 사퇴를 공표한 것도 ‘자기사람 심지 않겠다’는 그의 분명한 뜻을 전달한 셈이다. 이는 결국 대표직 사퇴 이후 입지가 좁아진 안 전 대표의 이미지 쇄신과 함께 다른 당권 주자들과 차별화된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관건은 안철수계의 인내심이다. 당초 원외에 포진된 안철수계는 차기 당권과 대권을 위해 조강특위의 지역위원장 선정에 목소리를 높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 ‘5대5 정신’이 회자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조강특위에 안 전 대표의 몫으로 임명된 송 의원이 제외되면서 앞날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안 전 대표는 “저와 뜻을 함께해온 분들께 정말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지금은 당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헌신해 달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부탁했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내용을 보고 대부분 “어이없다”는 반응들이다. "현실적으로 당내 투쟁적인 정치역량도 없고, 자기계파 리더쉽도 없으며 여전히 무엇이 그의 정치비젼인지 모르겠고 신비주의 연예인인지 뭔지, 뭐하러 기자회견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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