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고유선 기자 = 금융감독원이 보험 대출 금리를 원점에서부터 손대기로 한 것은 보험사별로 금리 차이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약관대출과 가산금리 산출 방식은 금융 전문가조차도 알기 어려울 정도다.
'내 보험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데 왜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느냐'는 가입자의 불만도 반영됐다.
◇10%대 금리에 치이는 보험 대출자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반기에 보험 부문에 금리 인하요구권을 만들기로 하고 약관대출과 가산금리 체계에 대한 전면 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감독 당국의 이런 움직임에는 보험의 대출 방식을 시중은행처럼 투명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경기 침체 때문에 보험을 기반으로 대출하려는 수요가 늘자 소외계층의 불만도 덩달아 커졌다.
약관대출은 질병 등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료를 담보로 하고 있어 시중은행 대출 상품과는 다르지만, 명확하지 않은 보험 대출 금리 체계가 불만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확정금리형 기준 약관대출 최고금리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통틀어 동양생명이 11.5%로 가장 높다. 생보사 중 가장 낮은 농협생명(5.4%)의 배가 넘는다. 흥국생명(11.4%), KB생명(11.0%), 우리아비바생명(10.95%), KDB생명(10.9%), 교보생명·한화생명·신한생명(10.5%)도 금리가 10%를 넘어간다.
손보사 가운데는 MG손해보험(10%)과 삼성화재[000810](9.9%)의 약관대출 최고금리가 높은 편이었다.
가산금리는 금리확정형과 연동형을 통틀어 동양생명[082640]이 최고 3.0%로 제일 높았고 흥국생명(2.9%), 우리아비바생명(2.75%), 동부생명(2.7%), 한화생명[088350](2.65%), 교보생명(2.6%)도 높았다. 가장 낮은 곳은 농협생명(1.5%)이다.
손보사 중에서는 동부화재[005830]와 메리츠화재[000060], 흥국화재[000540]의 최고 가산금리가 2.0%였다.
은행권 예금담보대출 가산 금리는 1.5% 수준이다.
◇보험 대출 금리 높아…산정 방식 원점 검토
보험 약관대출은 계약자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보험사가 계약을 해지해 환급금으로 원금과 이자를 충당하므로 부실 우려가 적다.
감독당국은 보험 대출 가산 금리가 2.0%를 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약관대출 가산금리 상한선을 금리연동형의 경우 1.5%포인트, 확정금리형은 2.0%포인트로 제시했다.
보험사에 적정 이윤과 운영비용을 보장하더라도 이 수준을 넘는 가산금리를 붙이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보험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생명ㆍ손해보험협회와 '보험계약대출 가산금리 모범규준' 제정을 협의했지만, 대형 보험사들의 반발로 유보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 대출 금리마저 억제하면 보험사 자산운용 역마진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수현 금감원장이 취임 이후 보험 민원 50% 감축을 내세우자 상황은 바뀌었다. 민원을 유발하는 보험 대출 금리도 대대적으로 손보기로 한 것이다.
금감원은 복잡한 약관대출과 가산금리 계산 방식이 과연 적합한지 들여다보고 시중은행처럼 간단 명료하게 계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약관대출 금리와 가산금리가 떨어지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하고 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보험은 상품 자체도 어려운데 대출금리 산정 방식은 더욱 난해해 보험사들의 꼼수가 숨어있을 여지가 크다"며 "보험사의 금리인하를 유도하고 금리 체계를 원점부터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의 확정금리형 약관대출 잔액은 올해 3월 말 현재 40조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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