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흘린 이완구, 유가족 집행부의 전횡-온건파 목소리 불거져
<정치,사회특집>
합의 이후 큰 틀 합의속 ‘4가지 숨은 뇌관’
“세월호 특별법? 이제 시작이다.” 세월호 참사 167일 만에 여야 원내대표가 두 번의 합의가 깨진 뒤에 최종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하다. 협상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합의는 세월호 특별법 전체의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가려 제대로 다루지 못한 이슈들이 곳곳에 뇌관으로 숨어 있다.
진상조사위 조사권한은 ‘쟁점’
10월 말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면 가장 먼저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진 뒤 본격적인 진상규명에 나선다.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한 부분은 진상조사위를 구성한다는 내용밖에 없다. 위원장은 누가 맡을지, 일반인 유가족과 단원고 유가족이 분열된 상황에서 유가족 추천 3명의 위원은 누가 결정할지 정해진 것이 없다. 우선 진상조사위가 갖는 ‘조사권한’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 측에서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을 접는 대신 그 반대급부로 강력한 조사권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진상조사위가 동행명령권을 행사하는 데 여야의 의견은 일치한다. 하지만 동행을 거부할 경우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강제조항을 놓고는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의원총회에서 “과태료가 위헌이라는 의견이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기관, 단체에 대한 실지조사 권한을 부여할지를 놓고도 대립한다. 실지조사는 진상조사위가 특정 기관에 찾아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 새누리당은 실지조사 권한을 남용해 청와대 또는 언론사를 찾아가 망신주기용 공세를 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진상조사위의 청문회 개최는 잠정 합의단계다. 다만 증인 채택을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국정조사 특위에선 증인 채택 문제로 다투다 청문회를 열지도 못한 채 활동을 끝냈다. 특히 야당에선 ‘국회증언감정법’을 적용해 청문회 출석을 강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합의’가 발목 잡을 수도 있다
합의문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도 있다. 3차 합의문 첫 문항을 보면 “양당 합의하에 4인의 특별검사후보군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에 제시한다”고 쓰여 있다. ‘합의’라는 단어가 핵심인데 여야가 4명의 특검후보를 선정하는 데 최종 합의하지 못할 경우 특검후보 자체를 선정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1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후보는 배제한다’는 두 번째 조항도 안전장치가 아닌 서로가 제안하는 후보를 거부할 명분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눈물 흘린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족이 반대하는 특검, 추천 안해”
현재로선 합의를 거부하고 있는 유가족을 설득하는 일이 여야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1일 오후 세월호 가족대책위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경기 안산으로 갔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간가량 유가족 대표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 문제에 관한 한 여야는 없다. 유족들이 원하지 않는 사람은 특검후보로 추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면담 과정에서 많은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시민들은 역시 여당 원내대표 답게 "공은 공, 사는 사"의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준 이완구 대표를 높이 사고 있다. 사실상 졸지에 자식잃은 부모심정을 모르거나 외면하는 국민들이 누가 있으랴?
하지만 세월호특별법이 합의가 되었지만 앞으로의 일들도 산너머 산이다. 앞서 새정치연합 박 원내대표도 배석자 없이 유가족대표단과 면담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면담 직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유족들께서 3가지 간절한 부탁의 말씀이 있었다”며 “‘유족들이 특검후보 추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즉각 협상을 시작해 달라, 특검후보 추천 때 새정치연합은 유족의 동의를 꼭 받아 달라, 부모의 마음으로 임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유가족 집행부에 커지는 불만, 온건파 유가족 목소리 불거져
한편, 단원고 유족들과 일반인 유족들로 분리가 된 가운데 단원고 유족들 중에서도 집행부가 집행부의 이름으로 너무 정치화되고 발목부터 잡는다는 목소리도 불거지며 커져 나오고 있다.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는 ‘3자회동’이 열렸던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3자회동과 여야 합의를 거쳐 세월호 특별법이 타결됐지만 유가족들은 이의 파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1일 여야 원내대표가 예정에 없이 안산을 방문해 유가족 설득에 나선 가운데, 단원고 유가족 사이에서는 투쟁보다 정치권과의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 여야 방문에 “일단 환영”
단원고 가족대책위가 “타결안을 파기하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인 이날 오후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각각 안산을 찾아 대책위 집행부를 만났다. 두 원내대표는 각각 지난달 30일 여야의 타결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과 유가족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 직후 이 원내대표는 “유가족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유가족들로부터 ‘유가족 참여’에 대한 협상에 즉각 임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유가족 측은 두 원내대표의 방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분향소를 직접 찾아 조문하면서 진정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가족대책위 전명선 위원장은 “우리의 마음을 헤아리고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아주 좋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타결안 파기 요구를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전날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보인 강경한 태도에서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커지는 온건파 목소리
단원고 가족대책위가 일단 여야 원내대표 면담을 받아들이고, 즉각적인 투쟁에 나서지 않은 것은 협상을 원하는 유가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9시경 합동분향소 앞 천막에서 전 위원장이 가족들에게 타결안 거부 배경을 설명할 때, 일부 유가족은 “일단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그랬느냐”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뭔 소리야. 이거 정해진 거야? 회의 안 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어진 회의에서도 일부 유가족은 “회의도 없이 집행부가 단독으로 결정한 사안을 유가족 대책위 명의로 발표해도 되는 거냐”며 “합의안을 거부하면 대안은 있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단원고 유가족내 온건파 유가족들은 5개월 넘도록 지속된 투쟁을 계속하기보다는 일단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총회에 참석한 단원고 2학년 학부모 A 씨는 “‘투쟁’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에 너무 지쳤다. 우리는 평범한 시민이지, 투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강경파 유가족들은 정치권에 계속 배신당한 만큼 타결안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유가족 내부에서 나오는 일부 불만의 목소리를 ‘유가족 분열’로 보는 것을 경계했다. 한 유가족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집행부의 결정이 곧 다수의 뜻이며, 유가족을 배제하려는 정치권의 시도로 인해 자꾸 꼬여 가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는 타결안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2일 발표할 예정이다. 유가족 대책위 관계자는 “타결안대로 추후 논의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참여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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