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우병우 구속영장 발부
결국 법꾸라지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구속됐다. 지난해 가을부터 정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고위급 인사 중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였던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검찰의 세 번째 영장 청구 끝에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15일 새벽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부장판사는 "혐의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국정원에 지시해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과 박민권 1차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관계자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특히 우 전 수석이 자신의 비위 의혹을 내사 중이던 이 전 특별감찰관의 뒷조사를 국정원에 시킨 것은 민정수석의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본다.
아울러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혐의도 있다. 앞서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우 전 수석의 지시를 계기로 문체부가 지원 사업 예정 대상자 명단을 국정원에 보내면 국정원이 다시 허가 여부를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 관계가 구축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와 법원 영장심사 때 국정원에 불법사찰을 지시한 적이 없으며 민정수석의 직무권한 범위에서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그의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전 수석은 작년 가을부터 국정농단 사건 연루 의혹 등으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다섯 차례나 받았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고 개인비리 의혹과 관련해선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은 현재 '최순실 게이트' 진상 은폐에 가담한 혐의(직무유기)와 이 전 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 등으로만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연내 핵심 인물 수사를 종결을 목표로 막바지 수사 속도를 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우 전 수석 신병 확보를 계기로 사실상 수사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자신의 칼에 자신이 베인 ‘법꾸라지’
검찰이 세 번째 영장청구 끝에 언제나 잘 빠져나가던 우병우 전 수석을 구속시킨 것은 '국정원 문건'이라는 결정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병우 자신이 휘둘렀던 국정원이란 칼이 이번에는 자신을 겨냥한 셈이다.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부실수사에 황제소환 논란 속에 검찰의 구속영장은 번번이 기각됐다. 그러던 지난 10월 수사가 전환점을 맞았다.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검찰에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비선보고 의혹에 대한 내부 보고서를 보낸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우 전수석이 자신의 비위 의혹을 감찰하던 이석수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관의 뒤를 캐려고 국정원을 동원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 전 감찰관의 뒷조사 내용을 언론에 흘리려던 정황이 담긴 문서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에 진보교육감을 사찰한 뒤 닷새 안에 보고하라고 지시한 문건이 확보됐다. 우 전 수석의 지시가 있었다는 국정원 관계자들의 진술도 문건 내용을 뒷받침했다. 검찰은 국정원 문건에 대한 관계자 진술과 통화 내역을 포함해 폭넓은 증거를 확보했다. 이를 근거로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결국, 우 전 수석은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 역시 "국정원 문건이 중요한 수사자료가 됐다"며 구속의 결정타였음을 인정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모레(18일)부터 불러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