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향해 뻔뻔한 거짓말을 한 박근혜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최태원(57) 회장 독대 당시 SK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금액을 확인하며 향후에도 협조를 당부했다는 증언이 나와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최 회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22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2월16일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상황을 이 같이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은 면담 당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SK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했는지 물었고, 안 전 수석은 111억원을 지원한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검찰은 "안 전 수석에게 금액을 들은 박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SK그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해준 데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두 재단에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는 취지로 말했나"라고 묻자, 최 회장은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답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작성한 '대통령 말씀자료'에도 SK그룹 등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납부한 출연금 현황이 표로 정리됐고, 감사 표시 및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 등이 적혀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면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장애인스포츠 활성화와 관련해 가이드러너에도 대기업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SK그룹 현안을 전한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이 워커힐호텔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자, 박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면세점 선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지 않냐"고 하자, 최 회장은 "그런 말씀을 한 걸로 기억한다"며 "관세청 협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안 전 수석이 CJ헬로비전 인수 문제도 꺼냈고,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신속하게 결론을 내주는 게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은 '알겠다' 정도로 특별히 말씀한 것은 기억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사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프리존 지역과 중국 단둥 경제특구, 에코시티 등의 여러 안건을 설명했다. '규제 프리존', '단둥·미르' 등의 내용은 안 전 수석 수첩에 그대로 적혔고, 최 회장이 면담 후 내용을 알린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 수첩에도 같은 내용이 기재됐다. 검찰이 "면담에서 단둥에 경제특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묻자,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하면서 문화·스포츠 분야도 같이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면담 당시 자료를 받았는데, 직후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와 통화하며 의문을 표했다. 검찰이 "차 안에서 꺼내보니 광고회사(플레이그라운드) 자료인데 왜 줬는지 모르겠다며 적절하게 조치하라고 했지 않냐"고 묻자, 최 회장은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고 떠올렸다. 앞서 최 회장은 면담 나흘 전인 지난해 2월12일 강릉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면회를 갔을 당시 안 전 수석에게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 관련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안 전 수석과의 통화로 면담이 잡히는 과정에서 오히려 어떤 말을 드려야 하는지 여쭤봤다"며 "그룹 현안이나 건의사항 등을 말하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창조경제나 조금 더 발전적인 사안을 말해도 괜찮겠냐고 했더니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해서 아젠다 개발을 지시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 면담과 관련해 고위 임원들 회의를 소집해 대화 주제를 논의했고, SK 측 말씀자료가 준비됐다. 이로써 박 전대통령의 국민들에게 향한 “나는 잘 모른다. 최순실이 했다”는 식의 뻔뻔한 거짓말이 드러나게 되었고 "모두 다 국가를 위한 일이다"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파장도 파장이지만 국민들은 지지층과 상관없이 분노하고 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