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핵 풀려 중국에 당근, 북에 채찍, 공은 중국으로
미국, 북한 도발 차단 강력 '경고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눈앞에 두고 세계 곳곳에서 연쇄적으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안방'에 불러놓고 시리아에 미사일 융단 폭격을 하더니 작은 나라 하나를 초토화할 수 있는 화력을 지닌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 근해로 전진 배치해 놓았다. 이어 13일(현지시간)에는 실전에서 단 한 차례도 사용한 적 없는 GBU-43을 아프가니스탄에 투하했다. GBU-43은 비핵무기 폭탄 중 최대 화력을 지닌 재래식 무기로 '폭탄의 어머니'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위력적인 살상 무기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가 불과 최근 일주일 사이에 중동과 아시아 곳곳에서 전례가 없을 만큼 강력한 수위와 빠른 속도로 군사력을 과시하고 나선 것은 북한을 향해 보내는 강력한 경고음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2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최근 들어 제6차 핵실험의 징조를 보이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정면으로 겨냥한, 다분히 의도된 행보라는 의미다. 특히 북한이 과거에도 태양절(한국시간 4월 15일)을 전후로 대규모 군사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는 이번 태양절을 앞두고 김정은 정권을 옴짝달싹 못 하게 압박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도 미군의 막강한 군사력을 강조하며 필요할 시 대북 군사행동도 불사할 것이란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하는 등 대북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일각에선 한반도에 전운을 드리움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고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려는 '미치광이 전략'의 일환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특히 이날 과거 미국의 어떤 정권도 실전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GBU-43 투하는 "나는 전임자와 다르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의 '무언의 협박'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 집권 초기부터 과감한 도발을 서슴지 않는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서방 세계를 위협했다면, 트럼프 대통령 본인 역시 과거 미국의 리더들과는 사뭇 달리 북한에 대해 예고 없는 군사행동까지 결단할 수 있는 '속전속결형 리더'라는 점을 과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만약 북한이 이번 태양절을 전후해 군사 도발을 감행한다면, 미국 역시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패턴의 대응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트럼프, 북핵 풀려고 공약까지 포기하며 중국에 빅딜 제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북한 문제를 해결해주면 대중(對中) 무역 적자를 인정하겠다"는 '거래(딜)'를 제안한 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중국을 빼놓고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관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핵 해결을 위해 대북 제재 외에 어떤 해결책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북한 문제에 어떤 해결책도 중국과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며 "중국은 확실히 북한의 배경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모든 무역은 중국을 거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미군 전략 핵·미사일 무기를 총괄하는 전략사령관까지 북핵 해결을 위해선 중국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 과정에서 "대중 무역 적자가 미국 일자리를 도둑질하고 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환율 보복은 그가 내세운 대표적 공약 중 하나였다. 하지만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의 대가로 (대중) 무역 적자를 보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지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과 대화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에 보복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뒤집을 만큼 북핵 문제가 심각하고, 중국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무역·환율은 양보할 테니, 북한 핵·미사일 해법을 달라'고 협상을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 등이 "북한이 또 도발을 하면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포함한 전례 없는 조처가 (대북 제재에) 포함될 것"이라는 사설을 실은 것은 중국도 미국의 이런 제안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중국이 대북 압박에서 미국과 한배를 탄 듯하다"고 했다. 반면 WSJ는 "남중국해 문제 등 미·중 관계에는 충돌할 사안이 여전히 많다"며 "트럼프와 시진핑의 깜짝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고 했다. 중국은 이날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에서 러시아처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기권은 훌륭했다. 우리에게는 영광이었다"고 했다. 중국과 공조를 강조하는 듯한 발언이다.
문제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할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우리는 그냥 혼자 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 이외의) 다른 많은 나라와 함께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도 "나는 중국이 북한을 적절히 다룰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만약 중국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동맹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중국과 거래가 깨진다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무역 압박을 강화해 미국의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 우방국과 연대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 기업을 겨냥한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과 개인 제재)'도 동원될 수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