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브루셀라 공포 확산 중
축산 청정국 미국 AI 발생, 국내 전면 수입금지
축산 청정국이었던 미국에서도 최근 AI가 발생하면서 미국산 닭고기, 병아리, 계란 등의 국내 반입이 6일부터 전면 금지됐다. 수입 통로가 막히면서 국내 AI로 인한 피해 복구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부터 미국 모든 지역에서 살아있는 병아리(닭, 오리), 가금, 애완조류 및 계란(식용란, 종란) 수입을 전면 금지(열처리 된 닭고기나 알 가공품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동부 테네시주(州) 링컨 카운티의 7만3500여마리 규모 종계장에서 미국 내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AI(H7형)가 확진된데 따른 것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H5N8형 AI가 발생한 스페인산 병아리 및 계란 등에 대한 수입을 지난달 24일부터 금지한 데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AI관련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농식품부의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세계적인 AI 발생 빈도가 잦다. 올해 1월1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AI 발생건수는 42개국 1043건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발생건수가 49개국, 1089건인 것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지난해 전체 건수에 육박하는 AI가 전세계에서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주변 국가들과 나이지리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가들 외에도 독일, 스웨덴, 영국, 프랑스와 같은 유럽 선진국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그리스(H5N5형, H5N6형, H5N8형)와 대만(H5N2형, H5N6형, H5N8형)의 경우 올해만 세 가지 AI 바이러스 유형이 창궐했고, 중국과 독일, 불가리아, 나이지리아, 베트남 등에는 각각 두 가지 AI 바이러스 유형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AI가 창궐하며 국내 전체 산란계 3분의 1 이상인 2378만 마리가 살처분된 뒤 미국 등에서 병아리와 계란 등을 들여오던 우리나라는 피해 회복 및 생산기반 복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병아리)와 번식용 알인 종란을 수입한 뒤 사육 및 부화해 산란계(알 낳는 닭)로 기를 계획이었다. 실제 올해(2월 말 기준)에만 미국에서 모두 4차례에 걸쳐 병아리 14만4209마리와 종란 4만9442개를 들여왔다.
과거에는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주로 유럽 지역에서 병아리를 수입해왔지만, 이들 국가에서 잇따라 AI가 발생하면서 지난해부터 수입이 대부분 중단됐다. 설상가상으로 몇 안 되는 AI 청정국이었던 미국과 스페인까지 수입 통로가 막히면서 축산당국도 매우 당황하고 있다. 현재 병아리와 가금류, 종란을 수입할 수 있는 AI 청정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가 전부다. 닭고기는 브라질, 칠레, 필리핀, 호주, 캐나다, 태국에서만 수입이 가능하다. 식용 계란의 수입도 막히면서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아가던 계란 가격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재 계란 가격은 10개당 2437원으로 지난 1월 말 구정 연휴를 전후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왔다.
농식품부 민연태 축산국장은 “현재 AI 청정국가들에서 계란 등의 수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축산식품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AI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생한 것과 관련 해외여행 중 축산농가와 가축시장 방문을 자제하고 가축과 접촉하거나 축산물을 가져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재차 당부했다. 특히 축산업 종사자는 출입국시 공·항만 입국장 내 동물 검역기관에 반드시 자진 신고하고, 소독 조치에 협조해줄 것을 강조했다.
경기 고양 관산동 AI 발생
6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3일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 한 토종닭 농가에서 발병한 AI가 도 동물위생시험소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사 결과 H5N6형으로 판정됐다. 판정된 H5N6형이 고병원성인지 여부는 오는 7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AI가 확산해 닭, 오리 등 가금류 농장이 초토화했을 때도 AI 청정지역을 유지해 온 고양지역에서 AI가 발생하기는 처음이다. AI가 발병한 이 농장은 축산업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농장은 철새 도래지인 공릉천변에 있고, 잔반을 처리해 철새나 잔반에 의해 AI에 감염된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했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5시 40분께 이 농장에서 닭 60여 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간이 검사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왔다. 도 방역당국은 신고가 접수되자 해당 농장에서 키우던 닭 2천여마리와 이 농장으로부터 반경 500m 안에 있는 소규모 농장 2곳의 닭 80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전북 익산 AI 발생
전북 익산에서도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의심사례가 발생했다. 전북도는 익산시 용동면에 있는 닭 사육농장 2곳에서 'H5' 항원이 검출됐다고 6일 밝혔다. 'N' 타입 여부는 이르면 7일, 고병원성 여부는 10일께 나올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특별한 의심 증상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폐사한 닭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 검사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들 농장은 지난달 27일 AI가 발생한 종계농장으로부터 각각 600m와 1.9km 떨어져 있다. 이들 3곳의 농장은 모두 국내 최대의 육계 가공업체인 하림그룹 계열이다.
이에 따라 전북도는 발생농장의 닭 9만9천마리와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닭 13만5천마리 등 총 23만4천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살처분에는 정헌율 익산시장과 익산시 의원 6명도 동참한다. 도는 발생 농장들로부터 반경 10㎞ 이내의 가금류 사육농가에 대해 이동제한조치를 내리고 방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이 일대에서 AI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살처분 대상을 발생농장으로부터 반경 3km까지 확대할지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
충남 논산, 전남 강진, 전북 고창 AI
지난 1일 발생한 충남 논산시 토종닭 농장의 조류인플루엔자(AI)는 '고병원성 H5N8형'으로 확진됐다. 6일 논산시에 따르면 은진면 토종닭 농장에서 폐사한 닭의 분변 등을 수거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결과 고병원성 N8형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9일 이후 전국에서 발생한 13건의 AI 가운데 경남 하동(H5N6)의 AI를 제외한 12건 모두가 H5N8형으로 드러났다.
시는 AI 발생 이후 해당 농가 주변 3㎞ 이내 3개 농장의 가금류 9만600마리에 대한 살처분을 마쳤다. 같은 구역의 소규모 농장(100마리 이하)에서 기르던 345마리에 대해서도 살처분하도록 했다. 시 관계자는 "AI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80여명의 공무원을 동원해 예찰 활동과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산에서는 126농가가 408만여마리의 닭, 오리, 메추리를 사육 중이다.
5일 전남도에 따르면 강진군 도암면 육용 오리 농장에서 오리들이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방역 당국은 오리 210마리가 폐사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동물위생시험소 검사 결과에서는 H5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전남도는 농림축산 검역본부에 정확한 혈청형과 고병원성 여부 판단을 의뢰했다. 이 농장에서는 오리 2만2천400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500m 이내에서는 3 농가가 13만8천500마리 닭과 오리를, 500m∼10㎞에서는 3 농가가 12만1천 마리를 사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해당 농장, 농장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닭 1 농가 9만 마리, 오리 3 농가 7만900 마리 등 16만900 마리를 살처분할 방침이다. 강진에서는 지난달 26일에서 전남 오리 농가 일제 검사 중 신전면 오리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 도암면 농장은 성전면 농장과 5.8㎞ 떨어져 있으며 일제 검사 과정에서 지난달 25일 시료를 조사했을 때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 신전, 도암면 농장 모두 3㎞ 이내에 철새 도래지인 강진만을 뒀다고 방역 당국은 설명했다. 현재까지 올겨울 전남에서는 8개 시·군에서 23건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1월 이후 42일간 잠잠하다가 지난달 21일, 지난달 26일 해남과 강진에서 H5N8형 AI가 다시 발생했다.
전북 고창은 육용오리 농장에서 AI 항원이 검출돼 방역 당국이 매몰 작업에 나섰다. 전북도는 고창군 무장면 소재 육용오리 농가의 출하 전 정밀검사(PCR)를 벌인 결과 H5 항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5일 밝혔다. 해당 농가는 지난 달 24일 고창군 아산면에서 발생한 농가와 불과 5.1㎞ 떨어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해당 농가 오리 1만6000마리와 반경 3km 이내 농가 3곳에서 사육하는 닭 15만4000마리도 함께 예방적 살처분을 하기로 했다. 아울러 발생농가 기준 반경 10㎞내 가금 사육농가에 대해 이동제한조치 및 임상예찰, 일제소독 등 방역조치를 강화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도내 육용오리 출하 전 및 폐사체 검사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며 "농가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농장출입통제와 축사별 장화 갈아신기, 매일소독, 그물망 설치, 그리고 의심축 발생 시 신속한 신고를 통해 확산이 방지 될 수 있도록 방역조치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충북 보은, 옥천, 브루셀라 발생
충북에서는 브루셀라에 이어 터진 구제역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또다시 브루셀라가 집단발생했다. 밤낮없는 방역에도 전염병이 잇따라 터지면서 충북은 가축 전염병의 '진앙'·'온상'이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10여년 넘게 공들여온 충북의 한우 대표 브랜드의 이미지 실추와 판로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축산 당국은 서둘러 살처분을 마치고 감염이 안 된 소를 도축·출하한다는 방침이지만 축산 농가들은 판로 위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소 전염병은 올겨울 들어 충북 남부권에서 집중적으로 터지고 있다. 지난 1월 10일 옥천의 한우 농장에서 브루셀라가 발병, 88마리의 소가 살처분됐다.
이어 지난달 5일 보은의 한 젖소 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삽시간에 인근 6개 농장으로 번지며 986마리의 소가 매몰 처리됐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1월 브루셀라에 감염됐던 농장을 포함, 옥천 3개 농장에서 브루셀라가 발생해 소 82마리 살처분이 추진되고 있다. 잇단 가축전염병으로 충북 남부권에서 살처분된 소는 1천156마리에 달한다. 소홀한 방역 탓에 가축 전염병이 잇따라 터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세균성 질병인 브루셀라가 불과 2개월 만에 같은 농장과 인근 농장 2곳에서 추가로 발생했다는 점에서다. 방역 당국의 한 관계자는 "브루셀라가 처음 터졌던 농장의 소에 브루셀라 세균이 기생하다가 잠복기를 거쳐 뒤늦게 발생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염병에 따른 대대적인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충북의 한우 브랜드 이미지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에는 '조랑우랑', 브루셀라가 터진 옥천에는 '향수한우'가 있다. 충북의 광역 브랜드는 '청풍명월 한우'다. 엄격한 품질 관리가 이뤄지는 등 모두 10년 이상 공들인 브랜드이다. 보은의 '조랑우랑'은 직격탄을 맞았다. 구제역 발생 농가 7곳 중 4곳이 이 브랜드로 한우를 납품하는 농장들이라는 점에서다. 그나마 브루셀라가 터진 옥천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다르다.
브루셀라가 처음 발생한 농가나 추가 발생 농가의 경우 이 지역 대표 브랜드인 '향수한우' 회원 농가가 아니다. 이 지역 축협 관계자는 "브루셀라가 발생한 농장들은 특정 브랜드를 쓰지 않고 자체로 도축·출하해 왔다는 점에서 향수한우와도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브루셀라 발생지가 옥천이라는 점에서 '향수한우'의 브랜드 역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최악의 구제역이 경북 안동지역을 휩쓸었을 당시 '안동한우'가 한동안 맥을 못 춘 것과 같은 맥락에서다. 충북의 대표 브랜드 '청풍명월 한우' 역시 마찬가지다. 전염병이 퍼졌던 농가가 납품한 소는 전혀 없지만 가축 전염병이 이어진 충북의 축산물 구입 자체를 소비자들이 경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충북도 관계자는 "2차, 3차 검사를 하는 등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쳐 출하되는 상품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 외에는 달리 뾰족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정책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반성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