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해경 상황실 서버 수색 말라” 세월호 수사팀에 외압행사
한겨레는 19일 우병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2014년 6월5일 오후 세월호 사건 수사를 위해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은 하지 말라’는 취지로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6월 검찰의 ‘세월호’ 사건 수사와 관련해 광주지검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우 전 수석은 당시 “(본청과 별도 건물에 있는) 상황실 서버에는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화내역 등 민감한 부분이 보관돼 있는데, 거길 꼭 압수수색하려는 이유가 뭐냐”며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강력히 종용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수사팀이 압수수색 의지를 굽히지 않자 우 전 수석은 다시 “서버가 별도 건물에 있으니 그걸 압수수색하려면 영장을 다시 끊으라”고 ‘영장 범위’까지 문제 삼으면서 지체를 시켰다고 한다. 이에 수사팀은 광주지법에서 새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그날 자정께에야 상황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갔던 수사팀이 서버 압수수색 문제로 해경 쪽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을 때 우 전 수석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우 전 수석이 실시간으로 해경의 보고를 받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때 서버를 압수수색하지 못했으면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신기록 등은 확보하지 못할 뻔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검경합동수사본부장이던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현 대전지검장)에게도 수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사건 직후인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뒤 이듬해 2월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영전했다. 형법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하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등에 처하도록 돼 있다. 과거 신승남 검찰총장이 직위를 이용해 울산지검의 내사 사건을 종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특검의 우병우 수사, 관심 집중
한편, 오는 21일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앞두고 있는 박영수(64·10기) 특별검사팀이 그간 검찰의 칼날을 피해 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덜미를 잡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을 이미 주요 수사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는 상태인 데다,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어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한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검팀은 그동안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와 관련된 검찰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검토해왔다. 민정수석으로서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과 롯데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정보를 사전에 최씨에게 넘겨줬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당시 검찰은 해당 의혹 수사에 역량을 모았지만, 우 전 수석을 소환 조사조차 하지 못하고 특검팀에 공을 넘겼다. 따라서 국민적 기대를 받고 있는 특검팀으로서는 해당 의혹을 입증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결과물까지 내놓아야 할 부담을 떠안고 있다. 세월호 참사 전후 우 전 수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수사팀에 해경 상황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지 말 것을 주문했고, 이에 불응하자 영장 범위를 문제 삼으며 거듭 압수수색을 자제시켰다. 이와 함께 승객 대피 유도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을 하려던 검찰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된 상태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 전 수석에게 검찰의 수사를 좌지우지할 권한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의혹을 사실로 입증하는 작업이 산 넘어 산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팀 관계자는 "특검팀에서도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만, 아직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증거가 나온다면 수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