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사태, 경제 지진난다. 빨리 경제 컨트롤타워 세워야"
'최순실사태 여파' '한진해운', 신뢰도 바닥
한진해운 법정관리행에 '비선실세' 최순실이 관여됐다는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한진해운 사태로 계열사 한진의 재무적 손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회사채 발행에 참여하는 기관이 없을 정도로 자본시장에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이 지난 4일 실시한 350억원 규모의 회사채 추가 청약에 참여한 기관은 한 곳도 없다. 지난달 27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수요가 전무했다. 이에 유안타증권, 산업은행,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인수단이 미매각 물량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만기가 1년물으로 짧고 금리가 5.068%로 높은 편임에도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한진해운 여파로 한진의 지난 4일 주가는 2만8850원으로 연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육상운송·항만하역 등이 주사업인 한진은 한진해운과 연결된 사업이 많다는 점에서 한진해운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또 한진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한진해운 자회사를 한진이 인수한 것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우선 하역관련 손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한진해운신항만의 하역용역서비스 매출이 줄면서 올 상반기 하역부문 세전이익(EBIT)이 22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한진해운신항만 매출에서 한진해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이른다. 또 한진은 지난 6월말 기준 한진해운 관련 매출 채권을 101억원(연결기준 500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동남아·한중·한일 노선 영업 인수를 위해 한진해운에 300억원의 선급금을 지급했다. 모두 회수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한진해운으로부터 인수한 한진해운신항만에 걸린 풋옵션(팔 수 있는 권리)은 시한폭탄이다. 한진해운신항만의 주주 펠리샤(IMM인베스트먼트)는 보유 중인 전환우선권을 매출 혹은 영업이익에 따라 한진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데, 금액이 최대 2800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한진은 한진해운의 평택컨테이너터미널, 베트남터미널법인 등을 인수하며 재무 상황이 악화된 상황이다. 올 상반기 기준 한진의 차입금 규모는 1조3354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15.86%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진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이 회사채 발행실적이 모두 안좋다"며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철저히 국정조사도 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컨트롤타워 빨리 세워야 한다
최순실 사태가 사회적 국가적으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정말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를 수습·관리해야 할 컨트롤타워 마저 최순실 사태로 장기부재에 있어 경제부분에도 심각한 위기와 우려가 진행되고 있다. 야3당이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신임 국무위원들의 인사청문회를 거부했음에도 청와대는 김 후보자 체제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퇴임이 예고된 경제수장이 위기 국면을 철저히 관리할 만큼 힘을 받기는 어려운 상태다.
그렇다고 인준 전망이 불투명한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금융위원장)가 앞장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추락하는 경제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임 후보자가 됐든 아니면 여야가 합의하는 제3의 인물이 됐든 국무총리와 별개로 하루속히 경제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6일 “지금은 경제부총리 개인의 업무역량을 떠나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한 부총리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뛰어난 부총리가 임명돼도 야당, 국민과의 합의가 없다면 바닥까지 떨어진 정책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 없고 결국 정부 경제팀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임종룡 후보자가 됐든 제3의 인물이 됐든 현재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여야가 중지를 모은 부총리도 취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도 “위기 국면을 관리할 컨트롤타워부터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도 하루빨리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하는 주요한 이유다. 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선 결과가 나오면 전 세계 경제·외교팀은 당선자와의 관계를 트는 데 혈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과 같은 정치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당선자가 발표되면 축하전화부터 시작해서 현안 등 관계를 모색해나가야 하는데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마당에 누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경제만이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교역 분야, 환율 등에서 미국과 연관이 깊으므로 컨트롤타워가 명료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산업연구원은 ‘미국 대선 이후 경제정책의 변화와 영향’ 보고서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우리나라 대미 통상환경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우진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시장 보호와 한국의 시장 개방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미 FTA 철회나 재협상 등 극단적인 조치가 아니더라도 반덤핑·상계관세 같은 무역제한조치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해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줄면 중국에 부품을 공급하는 우리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수출 증감률이 다시 한 번 뒷걸음질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수출이 0.4% 줄어들 것으로 봤다. 지난 2015년부터 3년 연속이다. 연간 수출이 3년 내리 감소하는 것은 195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후 단 한 번도 없던 일이다.
내수절벽도 우려된다. 당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소비위축도 4·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최순실 게이트로 빚어진 불안한 정국도 경제주체들의 심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순실 사태에다 청탁금지법까지 겹치며 경기는 엎친 데 덮친 꼴”이라며 “특히 김영란법은 당장 지표로 나타나지 않아도 영세사업자를 중심으로 여러 부분에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9월 생산·소비·투자 등 대표 실물경기지표는 ‘트리플’ 급락(전월 대비)했고 특히 그동안 경기를 이끌던 소비는 4.5% 줄어 5년 7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또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부동산 시장은 강도 높은 11·3대책에도 방안에 포함되지 않은 부산 등을 중심으로 투기세력이 이동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주택공급물량 축소, 경기위축, 금리 상승 등 3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