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총리지명 이후도 첩첩산길
김병준 총리 후보자 기자간담회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3일 대통령 임기 중 수사 가능 여부에 대해 "헌법 규정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들이 있는데 저는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가 가진 답은 하나다.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자는 "다만 국가 원수인 만큼 그 절차나 방법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문제"라면서도 "대통령의 당적 보유가 지속적으로 국정 발목을 잡는 경우 총리로서 대통령 탈당을 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총리직 수락 배경에 대해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보고 그대로 있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국무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특히 "개각을 포함한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해 나가겠다"며 "대통령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회와 여야 정당은 국정 동력의 원천으로 이 원천에서 동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국정의 불은 꺼질 수 밖에 없다"고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상설적인 협의기구와 협의채널을 만들어서 여야 모두로부터 그 동력을 공급받겠다"며 "그러는 과정에서 완전하진 않겠지만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책임과 시대적 소명” 운운하며 울컥이기도 했다.
국민대 학생들, "김병준 교수님 부끄럽습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 수습을 위해 신임 총리에 김병준(62) 국민대 교수를 내정한 것에 대해 국민대학교 학생들은 "김병준 교수님 부끄럽습니다."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명백한 면피성, 책임 회피성 총리 임명이며 김 교수가 박근혜 정권을 사실상 적극적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면피성 총리임명에 반대하는 국민대 학생들'은 이날 미리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내각 참여 논의를 통해 박근혜 정권을 사실상 적극적으로 인정한 김 교수에 대해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느낀다"며 "이것은 김 교수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닌 같은 국민대 구성원으로서의 문제 제기"라고 밝혔다.
이들은 "김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주일 전부터 논의했다', '단순히 전화로 했겠느냐'며 박 대통령과의 독대 사실을 밝혔다"면서 "사실상 총리직 임명을 수락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학생들은 자랑스러울 수 없다. 이것은 명백한 면피성, 책임 회피성 총리 임명이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주범인 청와대가 총리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박 대통령은 선출된 최고위직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업무를 최순실씨 등 정체도 불분명한 비선 실세들에게 보고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박 대통령은 결코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수사의 대상이다. 아무리 총리의 권한이 강화된다 해도 여당이 추천하고 정부가 임명한 총리가 비선 실세들을 색출하고 파탄난 정치를 바로잡을 수는 없다"며 "청와대가 총리 교체라는 아주 작은 카드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고 현 시국의 위기를 덮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혼돈의 정국 속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본질은 단 하나다. 박 대통령을 그대로 두고서는 '국정 쇄신'과 '정치 개혁'은 말의 성찬일 뿐"이라며 "우리는 총리 교체, 거국중립내각 등의 면피성 대안에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병준, 최순실 변호사, 우병우>경북고령 출신 3인, ‘청와대 구하기’ 의혹제기 돼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된 김병준(62) 국민대 교수와 최순실(60)의 변호인 이경재(67)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비호했던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신기할 정도로 인연이 깊다. 서울신문은 3일 인구 3만여명에 불과한 농촌 도시인 경북 고령 출신들이 ‘청와대 구하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김병준 내정자와 이경재 변호사, 우병우 전 수석이 고령이라는 지연으로 묶여있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은 고령 박 씨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고령군 덕곡면 후암리 출신이다. 고향에는 동갑인 사촌형 김병환(62) 덕곡면발전위원장이 살고 있다. 김 내정자가 총리가 되면 고령 출신 최초의 국무총리가 된다. 덕곡면 주민들은 총리 후보로 김 내정자가 발표되자 면 소재지 등 곳곳에 ‘덕곡 출신, 김병준 국무총리 탄생’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축하해 빈축을 사고 있다.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 대표)도 고령 출신이다. 고령읍 쾌빈리가 고향이다. 이 변호사는 편모슬하에서 어렵게 성장해 사법고시를 통과한, 고령에서 자수성가한 대표적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2014년 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서 최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61) 씨를 변호하기도 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경북 봉화 출신이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의 장인인 이상달(2008년 작고) 전 삼남개발 회장의 고향이 고령이다. 이 회장은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지만 고령에서 자랐고 재경고령군향우회장, 고령군명예회장 등을 지냈다. 합천이 고향인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도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과 이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및 검찰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국민들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절묘하게 조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