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최순실, 그들의 ‘삥뜯기’
안종범, 부영그룹 회장 만나 'K스포츠 70억 지원' 의논 정황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만나 K스포츠재단 거액 지원을 의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회장이 기금 추가 출연을 언급하며 대가로 '국세청 세무조사 편의'를 부탁하는 듯한 말을 한 정황도 공개됐다. 한겨레는 올해 2월 안 전 수석과 K스포츠재단 인사,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 만나 K스포츠재단 출연 문제를 논의했다며 회의록 등 내용을 2일 공개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2월 26일 안 전 수석은 이 회장과 K스포츠 정현식 전 사무총장, 박모 과장 등과 함께 회의에 참석했다. 재단 관계자들은 '비선실세' 최순실의 지시를 받고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 전 사무총장은 부영에 "5대 거점지역(체육인재 육성 사업) 중 우선 1개(하남) 거점 시설 건립과 운영에 대해 지원을 부탁드린다. 1개 거점에 대략 70억∼80억 정도 될 것 같다"고 요청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건설회사라고 해서 본인들(부영)이 시설을 건립하시라는 것은 아니고 재정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고도 말했다. 부영은 이 회의 전 이미 3억원을 K스포츠재단에 낸 상태였다. 그러자 이 회장은 "최선을 다해서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하며 "다만, 저희가 현재 다소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분을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요구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 회의 내용을 최순실에게 보고했으나 '조건을 붙여서 한다면 놔두라'는 최순실 '지시'에 부영의 기금 지원이 성사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12월께부터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후 국세청은 올해 4월 이 회장과 계열사인 부영주택을 법인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회의에서 정 전 사무총장은 '포스코 미팅 건' 보고를 안 전 수석에게 했다. 그는 "포스코 사장과 미팅에서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와 체육은 관심 밖이라는 듯한 태도를 느꼈다. 배드민턴단 창단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본인의 관심사인 바둑을 주제로 주로 얘기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포스코 회장에게 얘기한 내용이 사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포스코에 있는 여러 종목을 모아서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것으로 하겠다"면서 "다만, 이 사항을 VIP(대통령)에게 보고하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안 전 수석이 포스코 권오준 회장에게 뭔가 부탁했고, 제대로 성사되지 않은 점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임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검찰, '강제모금 의혹' 안종범 심야조사 긴급체포
검찰이 현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과 대기업으로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을 위한 출연금을 강제 모금한 의혹을 받는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2일 밤 긴급체포했다.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은 최씨가 설립과 운영을 막후에서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지원 활동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 스스로 생각해 참모로서 적극 도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기금 모금과관련해선 기업들을 강요·압박한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기업들이 각자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동참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며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안 전 수석을 조사하던 중 이날 밤 11시 40분께 긴급체포했다. 이어 검찰은 안 전 수석의 동의를 받아 심야조사를 벌였다. 수사본부는 안 전 수석이 "주요 혐의에 대해 범행을 부인하고, 출석 전 핵심 참고인들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고 체포 사유를 밝혔다.
또 "최순실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점을 고려할 때 정범인 피의자를 체포하지 않을 경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있을 당시 최씨를 도와 재단 설립과 대기업 상대의 800억원대 출연금 강제모금 과정에 깊이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어떤 경위와 과정으로 재단이 설립됐는지, 모금 과정에서 직위와 직무권한를 남용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그는 기업이 원치 않는 기부를 하게 하거나 최씨가 운영하는 개인 회사인 더블루케이와 거래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가 누구의 지시를 받아 재단 출연금 모금을 도왔는지도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도 관여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안 수석은 이미 박 대통령이 여러 공개 장소에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관심을 표명한 만큼 두 재단이 잘 설립돼 운영하도록 돕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작년 2월 기업인들과 만나 문화와 체육 투자 확대를 부탁했고, 7월에도 기업인들과 만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융복합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무적으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나서 설립과 모금 절차를 진행했지만 두 재단의 출범에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음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오후 2시께 조사를 받고자 검찰에 출석한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냐', '최순실씨를 아직도 모른다는 입장이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모두 말씀드리겠다"고만 반복하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침통한 심정"이라면서 "잘못된 부분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경제 정책을 아우르는 청와대 경제수석 신분일 당시 관심을 표명하고 진행 경과를 살피는 수준을 넘어 모금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증언과 정황은 검찰에 출석하기 전부터 줄기차게 나왔다. 정현식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수석과 최씨의 지시로 SK에 80억원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롯데그룹의 70억원대 추가 모금에 그가 관여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검찰은 안 전 수석과 이런 행위를 공모한 혐의 등으로 최순실씨를 지난달 31일 밤 긴급체포하고 2일 오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안 전 수석이 모금 과정에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했는지, 다른 청와대 인사가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