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대기업에 추가 거액요구, 미르재단 개입 녹음파일 존재
최순실, 개인회사 ‘비덱’통해 대기업에 거액요구
전경련이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 원씩을 모아서 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을 설립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최순실이 이 K스포츠 재단을 통해서 추가로 돈을 모아서 사업을 벌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이 집중된 곳은 최 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 스포츠'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주주 명부에 최 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과 딸 정유라만 올라 있는 개인회사였다. 그런데 이 비덱이 K스포츠재단을 등에 업고, 국내 대기업들에 거액의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월 말, 비덱은 2020년 도쿄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를 육성하겠다며 대기업에 후원금을 요청했다. 지원 요청을 받은 곳은 국내 4대 대기업들로, 요청 금액은 각각 80억 원씩이었다. 비덱 관계자는 후원금을 K스포츠 재단에 내면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자신들이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덱과 기업 관계자들은 이 제안을 놓고 전화로 의견을 나눴고, 일부는 실제 만나 회의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들은 자신들을 포함한 19개 기업이 K스포츠 재단 설립금 288억 원을 낸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추가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지난해 7월 세워져 에이전시 경험도 없는 비덱에 K스포츠재단은 거액의 후원금을 맡기려고 했던 것이었다. 비덱의 대주주는 이른바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과 최 씨의 딸 정유라 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은 또 국내와 독일에 또 다른 스포츠 마케팅사인 더블루K도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블루K의 독일법인은 비덱과 주주구성은 물론 주소까지 같아 두 회사가 사실상 쌍둥이 회사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K스포츠 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최 씨 모녀가 운영하는 회사에 왜 맡기려 했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더블루케이 고객사가 K스포츠 재단”
최순실이 만든 더블루케이의 고객사가 K스포츠 재단이었다는 구체적인 내부 증언이 나왔다. 더블루케이 전 관계자는 20일 모 언론 기자에게 “더블루케이는 최순실 회장과 고영태 이사가 주도했다. 고영태씨가 K스포츠 재단이 만들어졌으니 찾아가 더블루케이를 설명하고 사업을 제안해보라고 했다. 직원들이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을 만나 사업 설명을 하기도 했다. K스포츠재단이 더블루케이의 고객사가 맞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최순실은 더블루케이에서 ‘회장’으로 불렸다. 최순실은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일주일 한번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회의가 열리면 최순실 회장과 고영태 이사가 업무 방향을 논의했다고 한다. 더블루케이 초기 대표이사를 맡았던 조아무개 사장은 체육을 잘 모른다고 해서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더블루케이 전 관계자는 “조 사장은 경영학 전공으로 체육 분야는 잘 모른다고 하자, 최순실 회장과 고영태 이사가 ‘(업무에서)빠져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들고 다닌 핸드백을 만든 사람이 바로 고영태다. 그는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패션업체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더블루케이 초기 조아무개 사장은 두달 정도 근무했다. 주요 업무에서 배제되면서 주로 재무, 인사 관련 업무만 맡았다. 설립 초기 자문을 맡은 변호사가 바로 현재 최아무개 사장이다. 더블루케이 전 관계자는 “조 사장이나 현재 최 변호사 모두 사실상 바지 사장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최순실 회장의 업무지시 스타일도 증언했다. “내 말만 들으라는 스타일이었다. 검찰은 이날 최순실씨를 비롯한 K스포츠, 미르 등 재단 관계자들에 대한 통신조회 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이 출입국기록을 확인한 결과 최씨 모녀는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통령, 미르·K스포츠 재단 엄정수사 지시
박근혜 대통령이 드디어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불법행위가 있다면 처벌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두 재단에 대한 검찰의 수사 분위기도 급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일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두 재단과 관련된 사건의 엄정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현재 관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가 담당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두 재단의 설립과 모금 등에 청와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밝혀달라며 최순실씨(60·최서원으로 개명) 등을 고발한 사건이다.
사건이 접수된지 시간이 꽤 흘렀고 의혹은 꼬리를 물고 추가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검찰은 소극적인 태도로 수사에 임해왔다. 현 정권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수사인 만큼 검찰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 관계자는 "일단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일정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현재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은 단순히 '수상한 800억원대 기금마련'에 그치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는 연일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 중이며, 최씨가 재단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재단 직원들도 사사로이 이용해 왔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연일 이를 문제삼고 있으며 검찰은 수사가 제대로 시작되기 전부터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의 '엄정 수사' 지시는 검찰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검찰이 '현 정권에 대한 수사'라는 부담감을 덜고 수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단 재단 설립 과정부터 살핀다. 검찰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허가에 관여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급 담당자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문체부는 두 재단 설립 신청을 하루만에 처리해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검찰은 두 재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설립됐는지, 신청 허가를 지시한 사람은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두 재단 관계자들의 전화 통화조회를 위해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설립 과정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진술이나 증거 등을 검찰이 확보한다면 검찰 수사는 빠르게 최씨를 향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최씨가 한국과 독일에 세운 '비덱(Widec)'과 '더블루K(The blue K)'란 정체불명의 회사가 K스포츠재단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사실관계만 드러난다면 최씨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권 말이 되면 언제나 친인척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그와도 성격이 좀 다르다"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미르재단 개입 입증 녹음 파일 있다"
한편, 최순실씨이 미르재단에 깊숙히 개입했음을 입증하는 녹취 파일이 곧 세상에 나올 듯하다.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이성한씨는 최씨와 나눈 대화를 포함해 미르재단 사업과 관련한 모든 회의를 녹음했다고 TV조선이 보도했다.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이성한씨는 재단을 좌우한 차은택씨와 갈등 끝에 지난 9월 사임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수 많은 회의와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제가 지금까지 녹취 파일은 다 갖고 있어요. 습관이 그래요..." 라고 말했고 미르재단 사업을 논의한 청와대 연풍문회의 내용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모든 회의가) 다 녹취돼 있고, 제가 관리를 했고요. 청와대 회의 방문도 많으니까."라고 밝혔으며 이씨 주변 인물은 청와대 안종범 수석이나 최순실씨와 나눈 대화 녹음 파일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명예를 지키려면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건 녹취파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라고 말했으며 지난 4월 4일 안 수석으로부터 "물러나달라"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며 안 수석에 대해 서운함도 토로했다. 또 지난 8월 최순실이 불러내 입단속을 요구한 대화도 몰래 녹음했다. 이씨는 언론 등에 공개할 뜻도 내비쳤는데, "저의 명예를 위해서는 제보가 아니라 (녹취) 파일을 줄 용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의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 정국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