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말 하나 열 A+ 안 부럽다” 이대 엉망진창으로
교육부, 이대의혹 조사착수
교육부가 최순실씨 딸 정유라(20) 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특혜 의혹에 대해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 이미 이화여대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 중인 교육부는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감사 개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18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제기된 정유라 씨의 특혜 의혹에 대해 이화여대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제출받은 자료부터 검토에 들어갔다. 부총리가 국감에서 답변했듯이 해당 사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며 “감사 여부를 섣불리 말할 순 없지만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이화여대의 학칙 개정 과정이 적법하게 진행됐는지, 학칙에서 규정한 내용에 따라 정 씨의 출석과 성적 처리가 이뤄졌는지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했다. 정 씨의 특혜 의혹은 입학 과정과 출결, 학점 취득 등 사실상 전 과정서 불거졌다. 정 씨가 입학한 지난해 갑자기 정씨의 전공인 승마가 체육특기생 지원 종목으로 추가돼 특혜 입학했고, 1학기 학사경고를 받고 2학기엔 휴학했지만, 그해 6월 총장이 인정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학점을 줄 수 있도록 학칙을 소급 개정해 학사 관리에서도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정 씨 특혜 의혹에 대해 교육부의 감사 및 최경희 총장의 해임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 대입제도과와 대학학사제도과 등 2개 부서에서 이 부분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만약 감사에 들어가 대학 측의 부정이나 비리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화여대가 올해 교육부서 따낸 수많은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화여대는 올해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모두 석권하다시피했다. 3월 코어 사업(인문 역량 강화 사업)과 5월 프라임 사업(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 대학), 평생교육 단과대 사업 등 ‘3관왕’의 성과를 냈다. 이를 통해 이화여대가 향후 3년 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총 33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경희 총장이 학내 의견 수렴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난이 일었고, 특히 평단 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은 학생들의 거센 반발 끝에 설립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대학재정지원사업 공정성ㆍ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동운영ㆍ관리 매뉴얼’의 ‘부정ㆍ비리 대학 수혜제한 기준’에 따르면 “대학별 부정 비리 정도에 따라 차등 조치하되, 신규선정대학은 평가시 감점, 계속지원대학은 사업비 감액 등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감사 결과 총장이나 이사장이 부정 비리로 신분상 처분(파면, 해임 등)을 받을 경우 해당 학교에 지원한 사업비는 최고 30%까지 삭감할 수 있다. 나아가 업무상 배임ㆍ횡령, 직권남용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대학내외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경우 사업비 집행정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방 사립대의 한 교수는 “교육부도 대학재정지원사업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이화여대 사태를 조사한다는 게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이대 평단사업 사태 때 수수방관했던 교육부의 조사 결과에 여러 의혹들이 제대로 해소될지는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학사관리 부실만 인정…교수·학생, 총장퇴진 요구
한편, 이화여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딸 정모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해명에 나섰지만, 학생들과 교수들이 학교 측 해명에 수긍하지 못하면서 내부 갈등은 오히려 커지는 모양새다. 이대 교수협의회는 학교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19일 예고한 최경희 총장 퇴진 시위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교협은 20일부터 교내 ECC 광장 입구에서 릴레이 교수 1인 시위를 벌이며 최종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로 83일째 본관에서 점거농성을 하며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해온 이대학생들 역시 최 총장이 사퇴할 때까지 계속해서 집단행동을 하기로 했다. 오는 11월3일에는 교수 ·학생 ·동문이 함께하는 총 시위도 예정돼 있다.
앞서 학교 본부는 17일 오후 4시께 교내 ECC 이삼봉홀에서 교직원 및 학생들을 상대로 비공개 설명회를 열고 정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 자리에서 학교 측은 입학과 학칙개정 특혜는 없었다고 적극 해명했지만, "일부 과목에서 리포트 등 증빙자료를 갖추지 않고 부실하게 출석대체를 인정한 점이 있다"며 책임 일부를 시인했다. 이에 대해 법인 중심으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감사를 벌이기로 약속했다.
최경희 총장은 행사 참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화 구성원들에게 그간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설명할 예정"이라며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은 전혀 특혜는 없다. 이 점만 확실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설명회에서 정씨가 입학하기 2년 전인 2013년 5월 체육과학부 교수회의에서 체육특기자전형 선발종목에 승마를 포함한 12개 종목을 추가했다며 입학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이날 학생들은 설명회장 밖에 1000여 명이 모여 '잘 키운 말 하나 열 A+ 안 부럽다' '최경희 총장님, 부끄럽습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송덕수 부총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총장은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장이 사퇴할 정도로 잘못한 것은 없다"고 최 총장 사퇴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