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는 말(馬)만 가지면 들어가는 학교”?
“K스포츠 박과장의 독일출장 수상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통하는 최순실이 케이(K)스포츠 재단 설립 및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된 데 이어 재단이 최씨 딸의 훈련 숙소 마련 등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는 청와대의 압력으로 대기업들이 돈을 내 만든 재단이 최씨 모녀를 위해 이용됐다는 의미여서 이제껏 제기된 의혹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케이스포츠는 지난 1월과 4월 최소 두 차례 이상 재단 직원을 최씨 딸인 정유라(20)씨가 훈련 중인 독일에 파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한겨레>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 재단 인재양성본부 박아무개 과장은 4월3일부터 4월14일 사이 독일 현지조사를 다녀왔다. 조사 내용은 5월13일 열린 케이스포츠 이사회에서 보고됐다. 박 과장이 ‘(독일) 해외시찰 결과’를 보고하기에 앞서 정현식 재단 이사(사무총장)는 독일 출장 목적에 대해 “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하여”라고 운을 뗀다.
이어 “가이드러너 사업 및 해외 전지훈련장에 대한 협의를 위하여 동 제도가 잘 정착되어 시행중인 독일에 인재양성본부 박아무개 과장이 다녀왔다”고 설명한다. 이사회에는 이 자리에서 새로 선임된 정동춘 이사장을 비롯해 6명의 이사와 감사가 참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날 참석자로 직인까지 찍혀 있는 이철원 이사(연세대 교수)는 “독일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며 이사회 내용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박 과장은 이사회에 보고된 4월 출장 이전부터 이미 최순실씨와 함께 정유라씨의 독일 정착을 돕는 일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부동산 거래 상황을 잘 아는 한 프랑크푸르트 현지인은 “최씨가 지난 1월 정씨가 머물 호텔을 돌아볼 때 박 과장이 동행했다”며 “(박 과장은) 케이스포츠 재단 사람이었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말에 따르면, 박 과장은 재단 설립 초기부터 케이스포츠 재단 직원이라는 직함으로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최씨와 그의 딸을 위한 독일 거처 등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왔던 셈이다.
박 과장의 출장 시점(4월3~14일) 역시 출장 목적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박 과장이 관여한 호텔 물색은 실제 임대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정씨가 실제 호텔을 마련해 거처를 옮긴 것은 5월인데 정씨가 훈련받은 독일 헤센주 예거호프 승마장의 한 직원은 “5월께 정 선수가 큰 호텔을 샀다면서 프랑크푸르트 쪽으로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이사 보름여 전 이뤄진 박 과장의 출장이, 호텔 구입 또는 임대 계약 등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병욱 의원은 “최순실씨 딸을 위해 재단이 동원된 흔적들이 나온 만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태릉선수촌 정도와 비교할 수 있는, 어떤 종목의 선수를 보내더라도 훈련이 가능한 일반적인 훈련장을 물색했을 뿐”이라며 “승마는 (케이스포츠의) 인재 육성 계획에 처음부터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별히 정유라씨가 머물고 있는 독일을 찾은 이유에 대해서는 “독일이 사회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잘 혼합돼 있는 모범사례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스포츠 보도 뒤 최씨 딸 훈련 중단- 최순실,“부동산 새거처 알아보려 전화”
“최순실은 대통령의 비선실세라는 별칭에 걸맞게 평소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나마 승마대회나 이화여대 입학·학사일정 등 딸 정유라씨와 관련된 일에서 모습을 드러낸 게 유일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달랐다.”라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최순실은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장과 가까운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서는 10명가량의 직원들과 함께 부동산을 사려고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접촉했다. 태도도 스스럼이 없었다. 좁은 동포사회에서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다.”라고 보도를 이었다.
최씨는 직원들 사이에서 ‘회장님’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 직원들 가운데는 케이(K)스포츠 재단의 박아무개 과장도 있었다. 최씨가 재단에서 아무런 직함도 없는 점을 고려하면, 최씨는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회장님’으로 불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옷차림은 한국에서 찍힌 사진 속 인물과는 전혀 달랐다고 한다. 현지의 목격자들은 최씨의 모습에 대해 “마치 독일 사람처럼 색깔이 튀지 않는 수수한 옷을 입고 다녔다”고 전했다.
“공식적으로 정씨의 독일 훈련은 지난해 10월부터였다. 최씨가 대한승마협회에 제출한 ‘국가대표 훈련 촌외(국외)훈련 승인 요청서’를 통해서다. 이를 토대로 보면, 정씨는 훈련을 위해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예거호프 승마장에서 훈련하고 생활했다. 최씨는 이런 정씨를 독일에 두고 한국을 오갔다. 다만 정씨는 혼자가 아니었다. 같은 문서에 훈련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는 노숭일씨를 포함한 지원 인력 10명가량과 함께였다. 이들은 최씨와 딸 정씨의 가족, 마필 등에 대한 관리부터 해외대회 출전 등을 위한 지원까지 정씨를 위한 인력으로, ‘대식구’를 이뤘다. 이들 가운데 서너명은 독일 훈련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현지에서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식구는 정씨와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겸한 거처를 마련해 거주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씨가 승마장을 예거호프에서 호프구트로 옮기면서 이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12월에 정씨가 승마장을 옮길 즈음, 올해 1월 최순실씨와 그 일행이 새 거처를 구하러 부동산 업체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식구가 많다 보니, 최순실씨가 원한 호텔도 대규모일 수밖에 없었다. 프랑크푸르트의 한 현지인은 “최씨 쪽에서 승마선수 전지훈련 숙소용 호텔을 찾고 있었다”며 “당시 10명가량이 함께 묵을 수 있을 만한, 방이 15개쯤 딸린 3층짜리 호텔 정도가 거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거래 가격은 20억~3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텔 구입은 쉽지 않아, 5월에나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정씨 일행은 예거호프의 승마장에서 지난 5월까지 머문 것으로 확인됐고, 이후 “호텔을 사서 이사를 갔으며 함께 머물고 있다”고 승마장 주변 사람들이 전했다. 하지만 새로 옮긴 승마장에서의 훈련도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케이스포츠 재단 문제가 <한겨레> 보도로 나온 직후부터 정씨의 훈련도 중단됐다.
정씨의 훈련을 맡았던 독일인 코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나는 여행 중이다. 유라가 독일에 있으나 훈련을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호프구트 승마장 관련자들도 “정씨는 9월까지 훈련을 했다. 10월에 본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어렵게 학적을 유지하던 이화여대도 지난 9월27일자로 휴학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정씨가 직원들과 함께 머물고 있는 장소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프랑크푸르트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최순실씨가 한달 전에도 좋은 물건(집)이 있는지 문의 전화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유라 'F'라더니" 분노한 이대 학생 대자보
한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재학 중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에 나오지도 않고도 학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거듭 불거지고 있다. 정씨와 같은 수업을 들었다고 밝힌 학생이 학내에 공개적으로 교수에게 특혜와 관련한 사과를 요구 대자보를 붙이는가 하면, 오타와 비속어가 섞인 수준 이하의 과제까지 공개가 됐다. 지난 16일 이화여대 내 생활환경관에는 '정유라씨와 같은 컬러플래닝(컬플)과 디자인 분반에 있던 학생입니다'란 제목의 대자보가 붙였다. 대자보는 이 과목 담당 교수인 유아무개 교수에게 전하는 편지 형식이다.
자신을 올해 입학한 학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대자보에서 "지난 학기 컬플 과제 때문에 수많은 밤을 샜다"면서 "단순히 수많은 밤을 샌 것이 아니라, 학생들은 더 나은 결과물을 제출하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돈을 지출하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노력 끝에 얻게 된 학점을 정유라씨는 어떻게 수업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최소 B 이상을 챙겨갈 수 있나요"라고 되물었다. 나아가 글쓴이는 "과제를 찾기 위해 과제를 되찾아가라고 과제를 모아두신 과제함을 수없이 뒤졌지만 그 어디에서도 정유라씨의 과제물을 본 적이 없다"며 "(정씨가 제출했다는) 2개의 과제물이라면 최종 포트폴리오와 포토북일 텐데 가져와서 한번 보여 달라, 단 한 번의 수업도 수강하지 않은 채로 그 모든 과제들을 어떻게 완성했나"고 의문을 던졌다.
"망할XX들... 웬만하면 비추" 대학생 과제 맞나?
글쓴이는 해당 교수가 정씨에게 출석미달로 낙제점을 주겠다고 밝혔다는 이야기도 대자보에 실었다. 그는 "교수가 정씨의 출석을 초기에 계속 불렀다"면서 "심지어 혹시 '체육과학부 정유라 아는 사람 있느냐'라고 묻기도 했다"고 밝혔다. 글쓴이는 "(교수가) 정씨가 나중에는 자동 F에 이를 정도의 결석 횟수가 차서 '얘는 이미 F다'라고 말씀했다"라고도 전했다. 글쓴이는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학생들의 노력을 무시하지 않으시고, 저의 진심 어린 글에 마음 한구석이라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그때 그 컬플 분반 학생들에게 사과해주십시오"란 말로 대자보를 끝맺음했다.
정씨가 제출한 과제도 일부 공개가 됐다. JTBC가 김병욱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과제를 보면 정씨는 "말에 움직임에 ㄸ라 부드럽게 다라가고"라던가 "운동후 뭉ㅊㄴ몸을풀기에도 좋습니다"는 등 모음을 아예 빼먹었다. "해도해도 안되는 망할XX들에게 쓰는 수법, 웬만하면 비추함"이라는 비속어까지 발견이 되는데, 이는 교수에게 제출하는 과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표현이다. 정씨는 이 과제로 B학점 이상을 받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대 측은 17일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씨에 대한 특혜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 교수들 130년만에 첫 총장 퇴진시위
한편, 이화여대 교수협의회(교협)은 오는 19일 오후 최경희 총장 해임을 촉구하는 이화 교수들의 집회 및 시위를 연다고 밝혔다. 입학과 학사 관리 관련 의혹 보도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지만 학교 당국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7일 교협은 최근 현정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20)씨의 입학과 학점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총책임자인 총장이 사퇴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협은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오는 19일 오후 이대 교수들의 집회 및 시위를 열 계획이다.
이대 교협에는 교수 1000여명이 전원 가입해 있다. 교수들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단 시위를 예고한 것은 1886년 이대가 개교한 이래 처음이다.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교수들은 총장의 불통 행정을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 문제를 놓고 이대 학생들과도 불통 문제로 곤혹을 치렀지만 변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대 학생들은 이같은 최 총장의 불통 행정을 비판하며 학교 측의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 계획 백지화 방침에도 본관 점거 농성을 81일째 계속 해오고 있다.
평생교육 단과대 설립이나 최순실씨 딸의 입학 학점 특혜 의혹 등 최근 이대에서 불거진 갈등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모두 최 총장의 불통 문제 이에 따른 그의 책임론으로 귀결되고 있는 셈이다. 교협 측은 “이화 추락의 핵심에는 최 총장의 독단과 불통이 자리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는 총장 때문에 이화인 모두의 자존심이 짓밟히고 있다”고 말했다.
‘총장의 불통 문제 때문에 이대 명칭을 시위대로 바꿔야할 판’,‘ 지금까지 학생들만 정신이 제대로 박혀있었던거야?’, ‘이제라도 교수들이 들고 일어서니 다행’‘ 교육계가 썩어도 너무 많이 ?었다’, ‘이런 대학이 한둘인가 총장보다는 이사장들이 진두지휘하는 경우가 대부분’ 등의 글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다. 이같은 비판 여론과 비리 의혹 보도에 대해 이대 측은 17일 전임교원 및 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처음 마련키로 했다.
외부 언론 매체에는 비공개로 이뤄진다. 하지만 학교 측은 여전히 최순실씨 딸의 입학 및 학점 관리 의혹 등에 대해 어떤 특혜도 제공한 바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교수들과 학생들과의 입장차를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시민이 말했다 “이화여대는 말(馬)만 가지고 있으면 들어가는 학교구나!, 나 이대나온 여자야? 뭐 별것 아닌 말이구먼,,,”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