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박지원, 시원하다. 하지만 대북투자는 아니야”
박지원, “대통령, 결자해지 하시라”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은 이전부터 예고해 온 대로 온통 '정치의 변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가 궁극적으로 변화를 촉구하는 대상은 결국 '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고 해결의 시작"이니 "결자해지"해서 "대통령이 변하면 정치가 바뀌고 정치가 바뀌면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결론이다. 박 위원장의 이번 연설에서는 '국회'가 60번, '대통령'은 37번, '정치'는 35번 각각 등장했다. '경제'는 23번이었다.
박 위원장은 연설 초두에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눈과 귀를 닫고 있고 독선과 불통으로 분열과 갈등만 키우고 있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신(新) 보도지침, 언론 통제로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민생경제·노사갈등·역사 문제·외교-남북문제 등 사회 여러 분야의 분열과 갈등을 일으킨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문제를 만들어 내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정치의 중심, 대통령께서 먼저 변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는 독선과 불통을 멈추십시오. 청와대의 목소리는 낮추고 국민의 절규는 크게 들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특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한 문제와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20대 국회가 오직 민생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런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정치가 경제보다 위에 있다. 정치만 제자리를 찾아도 경제는 날개를 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는 곱셈의 마법"이어서 "정치가 삼류, 즉 '0'면 모든 것이 삼류, '0'이 된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이젠 국회를 바꾸고 정치의 새 판을 짜야 할 때"라며 "패권과 대립을 거부하는 합리적인 세력이 정치를 주도해야 국회도 일할 수 있고 국민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선 우리 당의 문턱을 확 낮추겠다"며 "누구나 들어와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선 플랫폼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세력 위주로 재편되며 정치권에서 '제3지대론'과 정계개편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중도 세력이 뭉칠 수 있는 '플랫폼'을 재차 자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손학규 더민주 전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 등에 보내는 '러브콜'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이념과 진영을 떠나서 실용주의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그 길이 가장 생산적이고 가장 현실적인 정권교체의 길"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의당이 아니었다면 30년 만에 가장 빠른 국회 개원은 불가능했고 정부의 추경 편성도 국회의 추경 통과도 없었을 것"이라며 '제3당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20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검찰 개혁을 가장 먼저 꼽았다. 검찰로부터 수차례 기소와 수사를 겪은 '악연'이 있는 박 위원장은 평소 누구보다 검찰 개혁을 강조해 온 정치인이었다. 특히 최근 법조계의 대형 비리가 잇따라 드러나며 국민 여론이 들끓는 상황은 박 위원장이 검찰 개혁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이날 연설에서도 그는 "검찰은 국민과 야당 수사에서는 면도칼을 들이대고 자신의 비리에는 늑장 수사, 늑장 감찰의 무딘 칼을 대고 있다"며 "묵묵히 일하는 99%의 검찰을 위해서라도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퇴직 후 전관예우 근절 등 굵직한 검찰 개혁 과제 추진을 공언했다.
그는 또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을 성사시킨 주역 중 한 명이 자신이라며 대북 제안을 늘어놓았다. 박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그것이 대통령도 살리고 대통령의 창조경제도 살리는 길"이라며 "비록 실패할지라도 정상회담을 시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외교적인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2007년을 끝으로 중단된 대북 쌀 지원 재개도 주장했다. 제주도 감귤과 함께 쌀을 북한으로 보내면 "동포를 먹여 살리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우리 농민을 살리기 위한 최고의 민생대책"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제안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할 것으로 예상하는 '퍼주기' 비판에 대해선 "쌀과 감귤이 핵무기가 되지는 않는다"며 미리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우병우 뇌관 제거해야…홍기택 수조원 혈세 낭비하고 나라 망신"
박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본인 스스로 '죽을 때까지 바늘로 찌르겠다'고 공언한 우 수석에 대한 해임 촉구도 빼놓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우병우 뇌관'을 제거해야 대통령도 성공하고 국정운영도, 국회도, 검찰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며 "공정정치를 시작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에 대해서도 실명을 거론하며 "수조 원의 혈세를 낭비하고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갔다가 나라 망신만 시켰다"며 비판했다.
여야, 국민골치 우병우 국감증인 일단 채택
한편, 국회 운영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올해 국정감사의 '기관 증인'으로 최근 각종 의혹 논란에 휩싸인 우병우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을 일괄 채택했다. 그러나 우 수석의 증인 출석을 놓고 여야간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불출석 사유가 있을 경우 추후 재협의하기로 함에 따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민정수석은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운영위 회의에 출석하지 않는 게 관례였다. 지난해 김영한 당시 수석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소집된 운영위 출석을 거부한 끝에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 수석은 본인의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 출석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기관 증인 명단에 민정수석도 포함돼 있으나 그동안 관행적으로 불참하는 것을 예외적으로 인정해 왔다"며 "그러나 이번만큼은 예외없이 참석해야 한다는 점을 위원회 결의로 청와대에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간사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의 관례와 전례가 있다"면서 "특정인의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 3당 간사가 진지하게 협의해서 추후에 확정짓자"며 의결 보류를 요구했다. 이에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정진석 위원장은 "오늘 의사일정에 올라있는 안건을 왜 보류하느냐"고 반문한 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하면 된다"며 "위원회 결의로 기관 증인을 채택하고 불출석한다면 법에 따라 제재하면 되는 것"이라고 김 원내수석의 요구를 일축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우 수석의 국감 증인 출석 문제와 관련, "더 이상 그동안의 관례를 들어 불출석을 양해해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민정수석 본인의 문제를 다루는 것인 만큼 불출석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다만 이날 회의에서 "상황 변화가 있는 게 아니라 기관 증인은 자동적으로 채택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에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도 "전체 기관 증인은 채택하고 불출석 사유가 있을 때는 간사간 협의로 출석 요구를 할 수 있다"면서 "우 수석은 당연히 (기관 증인 명단에) 들어간 것이고, 불출석한다면 간사들이 협의해서 불러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 증인 채택건이 의결된 후 우 원내대표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불출석을 인정해오던 민정수석의 출석을 위원회가 의결한 것"이라면서 "검찰수사 등 이상한 변명을 대면서 (출석을) 회피한다면 옳지 않은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 수석의 국감 증인 채택에 대해 "국회 상황이라 특별히 드릴 말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관례대로 불출석할지에 대해서도 "지켜보자"면서 즉답을 피했다. 운영위는 이와 함께 다음달 20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에 이어 이튿날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경호실 등을 상대로 국감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일정도 의결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국회의 상황이 이런 가운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연설을 지켜본 국민들은 그의 연설내용 대부분을 수긍하고 긍정하는 분위기였다. 한 시민은 “현정권에 대한 박지원 의원의 말이 옳은 부분이 많다. 그러나 국민의당 자당문제는 자신들 문제고 특히 대북투자 문제는 그의 주장에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